추모하는 교사들이 흘린 검은색 눈물… “진실 밝혀야”

추모하는 교사들이 흘린 검은색 눈물… “진실 밝혀야”

기사승인 2023-07-20 18:41:01
서울교사노동조합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신규 교사 사망 사건 추모 및 사실 확인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사 및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20대 담임 교사가 재직 중인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각종 교사 단체와 유족 대표가 모여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대한민국 교원조합,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현직 교사 등이 모여 20대 교사를 추모했다. 이들은 담임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교육청 앞에는 근조화환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모여 눈물을 흘렸다. 교사들은 20대 초임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에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은 흰색 천에 추모하는 글을 적고 검은 리본을 달아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함께한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선생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그곳에서는 편안하시길’, ‘교육공동체를 살려야 나라가 산다’, ‘교사는 학생을 지킵니다. 교사를 지켜주세요’ 등의 글을 적었다. 

서울교사노동조합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신규 교사 사망 사건 추모 및 사실 확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효상 기자

각종 의혹에 가려진 진실, 반드시 밝혀야

교원단체도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새내기 교사로서 부푼 마음을 가지고 교직 인생을 한참 꽃피우기 시작할 나이에 근무지인 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실에 많은 교사들이 비탄에 잠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함께 하려 한다”며 “교육청과 정부 당국에 책임 있는 사실 확인과 조사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을 몇 가지 증거 수집만을 바탕으로 단편적으로 판단해선 절대 안 된다”며 “동료 교사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싶지 않은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이 학교에서 사망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젊은 교사가 선택한 마지막 장소가 어째서 학교였을까요”라고 물으며 “수사기관이 개인적인 문제로만 넘어갈 사안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개인사 문제만 있다면 왜 굳이 학교여야 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많은 교직원들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노조에서 지난 5월 1만13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6%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위원장은 “왜 선생님들이 정신과를 찾아가고, 무엇을 견뎌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라며 “관계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과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심도 있는 추적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 대표로 고인의 외삼촌 A씨도 참석했다. A씨는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로 인해 유가족이 고통받고 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민원으로 고인의 고충이 있었는지 사실 확인을 하고 싶다”며 “경찰이 언급한 원인 중 ‘업무 스트레스’의 구체적 내용도 알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교육청 앞 난간에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고 검은 리본을 달며 애도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추락한 교사 인권, 교사는 누가 보호하나

교원단체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의 고통을 토로했다.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격려하려고 학생 어깨만 토닥여도 성폭력, 성희롱이란 굴레를 쓰고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 손목만 잡아도 아동학대로 몰린다”라고 주장했다.

현직 33년차 교사라는 B씨도 교육 현장에서 겪는 혼란을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이 싸울 때 팔만 잡아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두렵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더 심한 문제는 정신적 아동 학대다. 학생이 기분 나쁘면 다 정신적 아동학대로 인정된다”라며 “아이들이 싸우는 것은 자라면서 있는 발달 과정 중 하나인데, 부모들이 성인법으로 아이들을 대하니 교사로서 어려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단체는 ‘학생조례인권’이 교권 하락을 넘어 추락시키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조윤희 대한민국교육조합 위원장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교사가 전치 3주 진단을 받는 데 이어, 저연차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라며 “교권 하락을 넘어 추락했다. 우리나라 교육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학생들의 인권만 강조한 결과, 아동학대죄 고발이 남발하는 등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라며 “조례 전면 개정 혹은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충수 경남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 현장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의 스트레스 배출구이자 민원창구냐”라며 “권한은 없고 책임만 부여하는 현장의 과감한 교육개혁을 원한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현장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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