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수 OECD 1위, 의사 수는 최하위권… “기형적 구조 바꿔야”

병상 수 OECD 1위, 의사 수는 최하위권… “기형적 구조 바꿔야”

OECD 보건통계 2023 공표
병상 공급 과잉, 민간에 맡긴 결과… 막을 법이나 규제 없어
“병상 넘치는데 의사 수 부족, 환자 안전에도 부정적 영향”
자격증 보유자 많아도 활동 간호사 OECD 절반 수준

기사승인 2023-07-26 06:00:02
사진=박효상 기자

병상은 많은데, 이를 감당할 의사·간호사는 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한 한국의 보건의료 현주소다. 보건의료인력 부족은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속히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3’ 주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평균(4.3개)의 약 2.9배에 달한다. 이 중 급성기 치료 병상도 7.3개로, OECD 평균(3.5개)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병상 수에 비례해 늘어나는 입원 환자, 수술 환자를 감당할 의사와 간호사는 OECD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2021년 기준 한의사를 포함한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평균(3.7명)보다 낮았다. 심지어 멕시코(2.5명)에 이어 두 번째로 임상 의사 수가 적은 나라로 기록됐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가 많은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과 비교하면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해 치의대를 제외한 의대와 한의대를 졸업한 인력 수 역시 인구 10만명당 7.3명으로 OECD 평균(14명)의 절반 수준이다. 국가 중에서는 이스라엘(6.8명), 일본(7.2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간호인력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체 간호인력(간호사, 간호조무사)은 인구 1000명당 8.8명으로 OECD 평균(9.8명)보다 1.0명 적었다. 여기서 간호조무사를 뺀 ‘간호사’만 보면, 4.6명으로 OECD 평균(8.4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만 간호대학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43.0명으로, OECD 평균(32.1명)보다 많았다.

이번 통계의 실무를 담당한 신정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병상 수를 국가가 관리하고 있지 않고, 규제할 수 있는 관련 법률도 없다. 대부분의 병원이 민간 운영이기 때문에, 병상 증설 계획이 각자 이뤄지고 있어 병상 수가 OECD와 비교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의대 정원은 정부 규제에 의해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 의사 수는 OECD 38개국 중 37번째기 때문에, OECD 평균 대비 많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개선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두고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기형적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병원 외에 공공병원 비율을 늘리고, 보건의료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병상은 많은데 의사 수가 부족한 건 쉽게 말하면 짝이 안 맞는 것”이라며 “의대 정원을 못 늘리면 병상의 과잉 공급도 통제했어야 한다. 병상이 많아 수술할 필요가 없는 환자들도 입원하는데, 의사 수가 부족하니 환자들은 의사 얼굴도 못 보고 퇴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현재도 한국의 병상 수는 OECD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많은데, 민간 대형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을 내 6600병상이 추가로 늘어난다고 한다”며 “이 병상 대부분 필수의료를 위한 것이 아닌 데다 암센터나 정형외과 등으로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상 수가 확대되면 의사·간호사 수도 늘어야 하는데, 인건비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병원 몸집만 불리는 실정”이라면서 “수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민간병원보다 공공병원 비율을 높이고 지역의사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의대 정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간호대 졸업자는 OECD 평균보다 많은데,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는 OECD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근무조건이 좋지 않아 1년 안에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상당수”라며 “병원은 적자여서 힘들다고 말하지만, 병상을 늘리는 건 여유가 있다는 방증이다. 병상 확대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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