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물든 정치권, 언행도 유튜버 따라가나

‘유튜브’ 물든 정치권, 언행도 유튜버 따라가나

철 지난 색깔론·세대론 전면 등장…‘지지층 입맛’ 맞추기만
국민적 상식 밖 언행들, 총선 심판대 예상
“일단 지지층 결집 의도…‘국민 상식’ 먼저 회복해야 총선 승리”

기사승인 2023-08-03 06:01:02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청년좌담회를 개최한 김은경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공산당 기관지’ ‘종북주사파’ ‘여생 따라 투표권 행사해야’

좌우 이념 대립, 세대 갈등이 첨예하던 80·90년대 얘기가 아니다. 모두 21세기 정치권에서 나온 주요 발언들로 밑바닥까지 떨어진 현 정치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뉴미디어의 발달로 ‘듣고픈 것만 듣고 받고픈 것만 받는’ 정보 편식 시대가 도래하면서 극성 지지자들을 양산시켰다. 특히 중심을 잡아야 할 정치권마저 이에 동조하면서 대한민국 정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고루한 색깔론을 먼저 꺼낸 것은 대통령실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반국가세력이 종전 선언을 노래 불렀다고 발언했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정치 성향 단체의 창립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상대 당과 정권을 직접 겨냥한 이념적 발언도 꽤 드문 일이다.

또 서이초 신규교사 사망 사건을 두고서는 ‘종북주사파’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붕괴시키는 시나리오를 전개시켰다는 대통령실발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쿠키뉴스에 “좌파 교육감들이 주도해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결국 교권 위축을 초래했다. 결국 학교 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서이초 사건을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비롯된 교권 추락의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책임을 종북주사파 탓으로 몰기도 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일 출근길에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면서도 특정 언론을 향해서는 “공산당 기관지를 우리가 언론이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연합뉴스

이념론은 정부 여당에서 꺼내 들었지만, 세대 분열 발언은 민주당에서 나왔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청년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노인 폄하성 발언을 했다. 수년 전 중학교 2학년생이던 아들의 발언을 예시로 든 것이지만, 공적 역할을 하는 혁신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크게 비판받았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소속 양이원영 의원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자신의 페북에 글을 써 노인 비하 논란을 더욱 키웠다.

비정치인인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처럼 큰 파장을 미친 것은 과거에 이미 민주당에서 노인 비하 논란이 잦았던 탓이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과거 민주당계 정당) 정동영 대통령 후보는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발언해 역풍을 맞은 후 사과했고, 지난 2011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당시 서울대 교수)는 부모님이 투표 참여 못 하시도록 여행을 보내드렸다는 한 트위터 메시지에 “진짜 효자”라고 답해 비판받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금 여야 정치권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국민 눈높이나 상식에 맞지 않는 거의 막말 수준의 발언들로 여야가 진영을 나눠 ‘강대강’으로 부딪치고 있는 정치적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유튜브 등장 등 미디어 환경 변화도 이러한 정치 극단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알고리즘 특성상 자신이 자주 보는 것들만 보여주고 또 한쪽 얘기만 듣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혐오 감정만 더 부추겨지고 있다”며 “지금은 지지층 결집이 먼저라는 생각에서 과한 언행을 앞세우지만, 누가 먼저 상식을 찾느냐가 총선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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