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복귀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깨고 호투 중이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2비자책)을 기록했다.
토론토가 이날 11대 4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복귀 후 첫 승을 올렸다. 약 444일 만의 승리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00에서 2.57로 하락했다.
지난해 6월 2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류현진은 약 1년 2개월 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자 모두가 류현진을 두고 ‘이제는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진했다. 평소 좋아하던 야식도 끊고 13㎏ 가량 체중을 감량하는 등 부활 의지를 드러냈다. 마이너리그에서 펼친 재활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복귀한 류현진은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비록 복귀전에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볼티모어의 타선이 워낙 물이 오른데다, 류현진도 초반 3실점을 제외하고는 3회부터 5회까지는 무실점으로 볼티모어 타선을 봉쇄하기도 했다.
지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당시 4회말 상대 타자 오스카 곤잘레스가 친 강습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가격 당했다. 류현진은 곤잘레스를 아웃 처리한 이후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졌다가 결국 조기 교체됐다.
다행히 류현진의 뼈에는 큰 이상이 없이 타박상으로 확인됐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촬영한 X-레이에서도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4이닝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기에 이른 교체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복귀 후 꾸준히 페이스를 올린 류현진은 컵스를 상대로도 준수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회 1사에 니코 호너를 넷으로 출루를 허용한 상태에서 3번 타자 이안 햅을 땅볼 유도했지만, 1루수 브랜든 벨트가 공을 놓쳐 1사 1, 2루가 됐다. 이후 5번 타자 댄스비 스완슨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2실점을 허용했다. 류현진의 2실점은 비자책점으로 인정됐다.
이후 류현진은 5회까지 실점 없이 컵스 타선을 틀어막았다. 출루를 허용하더라도 흐름을 타게 놔두지 않았다.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지도 않는 등 컵스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했다.
특히 컵스의 타선이 최근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기에 류현진의 이날 투구는 더욱 놀라웠다.
후반기에 컵스는 지난 2년 간의 부진을 떨쳐낸 코디 벨린저를 필두로 댄스비 스완슨, 스즈키 세이야 등 타격감이 좋은 타자들이 즐비했다. 또한 컵스는 좌완 류현진을 공략하고자 우타자를 명이나 배치했지만, 류현진은 안타를 딱 2개만 내줬다.
류현진의 투구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날 최고 구속은 91.1마일(약 146.6㎞)로 꾸준히 145㎞가 넘는 공을 던지고 있다. 86개의 공을 던져 53개의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도 여전했다.
복귀 후에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고 있는 류현진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던 비아냥 섞인 전망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지금의 퍼포먼스가 유지된다면 토론토와 계약이 끝나고도 충분히 빅리그 무대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