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만 있으면 돼요. 이걸 왜 안하나 싶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인디게임 축제 ‘2023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페스티벌 2023)’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경남 사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찬희(26·남)씨는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활약하는 ‘빅커넥터즈’ 3기로 활동하고 있다. 빅커넥터즈는 BIC와 커넥터즈(Connecters)의 합성어로, BIC와 인디게임 개발자, 관람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행사 현장에서 개발자와 쾌활하게 소통하던 이씨를 만나 빅커넥터즈 활동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날 게임쇼에 처음 온 탓인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 네오위즈의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에 참여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게임들을 즐기는 광경은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재밌게 플레이한 게임의 개발자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개발자들에게 ‘게임이 재밌지만 난이도가 헬’이라며 칭얼대기도 했다. 이씨는 “개발자와 게이머가 벽 없이 소통하는 것이 이 행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커넥터즈 3기 모집 공고를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발견했다. 단순히 ‘재밌겠다’는 생각과 ‘자기소개서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흑심에 덜컥 지원했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는 “입에서 욕설이 나올 만큼 최고의 기쁨을 만끽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모든 게임을 좋아하는 헤비 게이머다. 스팀 라이브러리에 300개의 게임이 있으며, 닌텐도 스위치도 몇십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디게임도 즐겨한다. 인디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은 그를 매료시켰다.
그는 자신이 “한 가지 게임에 머물러 있지 못해 여러 게임을 돌아다니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동이 시작되자 자신의 특성을 이용해 하루에 10개씩 게임 리뷰를 남기고 다녔다.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란 흑심은 사라지고 순수 게이머로서의 재미가 그를 지배했다. 그는 “온라인 데모데이 활동 중 여러 게임을 접할 수 있게 돼 정말 즐거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빅커넥터즈는 개발사들이 게이머들의 관점을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들의 게임 추천(커넥트픽)은 게이머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기에,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함께 어워드 수상작 결정 과정에 반영되기도 한다. 개발자들은 게이머들에게 직접 선택받아 노력을 인정받는 만큼 격려와 지지를 얻게 된다. 이 밖에도 빅커넥터즈는 무대 이벤트를 기획하고 직접 참여하며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관람객들 사이의 교류를 이끈다.
온라인 데모데이에서 선행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빅커넥터즈들의 특권이다. 이씨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출품작에 리뷰를 남겼다. 그는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을 이번 행사 부스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곳에서 개발사가 제가 남긴 피드백을 수용하고 고친 모습을 확인했다”며 활동에 대한 일련의 효능감도 느꼈다고 전했다.
본래 빅커넥터즈들은 20개 정도의 게임만 플레이하면 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해서 170개의 게임을 사전 리뷰했다. 이씨는 “재밌는게 너무 많았다”며 “실제로 구매한 타이틀도 몇 개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재미있는 인디게임을 구입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그는 이처럼 좋은 게임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게 이 활동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너무 많은 게임을 리뷰를 할 필요를 없다고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고, 게임을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만 있으면 참가하길 바란다. 너무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왜 안하나 싶다”며 쿠키뉴스 독자들에게 빅커넥터즈 활동을 강력 추천했다. 또한 “내게 딱히 중요한 일이 없다면 빅커넥터즈 4기와 5기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BIC에서 출품된 작품 중 자신이 픽한 게임 4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1인칭 퍼즐 어드벤처 게임 ‘뷰파인더’다. 그는 “압도적인 경험이었다”며 “너무 재미있어서 구매까지 했다. 게임 안에 있는 기믹과 퍼즐, 시각적 착시를 다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두 번째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개발사에서 내놓은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다. 올해 초에 출시됐다. 이씨는 “처음에는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 같지만, 하다보면 그렇게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훨씬 많은 이야기와 등장인물 간의 상처와 치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세한 스토리를 말할 수는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인디게임 중 최고로 아름다운 스토리였다”고 평했다.
세 번째는 ‘세그먼트 트윈즈’다. 보통 ‘핵앤슬래시’ 장르라고 하면 적을 때려 부순다는 매커니즘이 전부다. 이 심심한 매커니즘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사들은 시청각적 효과를 강화한다. 이씨는 “이 게임은 시청각적 효과가 스타일리시하게 잘 강화돼있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는 ‘리로더: 테스트 서브젝트’다. 총을 다루는 게임은 보통 조준과 사격만을 조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정반대다. 조준과 총쏘기는 쉽지만, 탄창을 줍고 슬라이드를 당기고 놓는 등 총알 발사를 위한 작업을 이용자가 다 알아서 해야한다. 이씨는 “인터넷 방송판에서 한 때 인기가 많았다”며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게임이 가면 갈수록 괜찮았고 짜임새가 있었다”고 평했다. 그는 “조작이 복잡하나 불편하지는 않다”며 “개발사가 꼼꼼히 신경써서 게임을 만들었다는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고 칭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최애’ 인디게임인 ‘아우터 와일즈’를 소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미지의 세계에서 탐험한다는 설정이 모험심을 자극한다”며 게임을 묘사하는 그의 모습에서 BIC 페스티벌 2023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