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 “인디게임, 참신함보다 새 IP 창출에 주목해야” [BIC 페스티벌 2023]

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 “인디게임, 참신함보다 새 IP 창출에 주목해야” [BIC 페스티벌 2023]

기사승인 2023-08-27 10:00:02
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    사진=차종관 기자

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이 과거의 참신함보다 새로운 IP(지식재산) 창출 관점에서 보는 게 시대 변화에 걸맞다는 것을 올해 인디게임 심사를 하면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디게임 축제 ‘2023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페스티벌 2023)’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인디게임 1세대로서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달려온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을 BIC 페스티벌 2023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어워드 출품작의 전반적인 퀄리티는 어떤가

여러 가지 많은 작품이 출품됐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심사분과의 고민도 많았다. 심사분과에서 게임들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빅커넥터즈’라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받아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그 결과 다양한 결과가 도출됐다. 심사 결과를 확정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정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작년과 재작년의 인디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에 비해 올해 심사 경향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인디게임은 참신한 것을 발굴하자는 것이 우선시됐다. 이제는 인디게임이 참신함을 지나 익숙함으로 진화 중인 것 같다. 인디게임 역사가 10년이 되다 보니 게이머들이 익숙해졌다. 익숙함을 가지고 좋은 인디게임이 무엇인가를 많이 고민했다. 올해 벡스코에서 행사를 시작한 것이 변화의 원년이 될 것 같다. 인디게임이 본격적인 산업 생태계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뜻깊게 생각한다.

심사하며 상업성과 창작성(예술성) 사이에서 고민이 될 것 같다. 그 사이 비율을 어떻게 고민하셨는지

작년은 참신성과 익숙함이라는 변수 2가지로 나눠 고민했다. 주로 참신함에 중점을 뒀다. 70%까지 수치로 생각했다. 올해는 반반 나왔다, 이걸로 인디게임을 설명하는 건 요즘 트렌드와 안 맞다. 게이머들은 이런 메카닉의 참신한가 이런 것보다는 메카닉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나 메시지, 주제들이 얼마나 색다르냐가 또 다른 관건이다. 계속 멋진 창작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익숙하지만 인디게임 개발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콘텐츠, 흔히 IP라고 부르는 것들이 많이 전달되고 있다고 심사하면서 느꼈다. 앞으로는 인디게임을 바라볼 때는 과거의 참신한 메카닉보다는 새로운 IP 창출 관점에서 봐주시는 것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냐는 생각을 올해 심사를 하면서 하게 됐다.

오랫동안 BIC의 주축으로 있는 만큼 국내외 인디게임 흐름을 잘 아실 듯하다. 국내 인디시장에서 필요한 건 무엇인가

저랑 같이 개발했던 분들이 40대가 됐다. 청년 때와 다른 형태의 고민이 있다. 재능있는 분들이 작품활동을 지속하려면 산업적 기반이 제공되어야 한다. BIC가 산업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디게임이 주로 스팀 시장을 많이 겨냥하고 있지만 스팀 하나만 공략하기에는 그 시장도 굉장히 광범위하다. 그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들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지금 같은 경우에는 싱글 플레이 등 과거의 형태를 띠는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이제 멀티플레이같이 굉장히 다양한 장르들로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고 기술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소규모 개발자들이 멋진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 산업적으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올해 기점으로 많이 나왔으면 한다. 루키 부문에서 많은 작품이 출품됐고 꽤 잘 만들었다. 기술의 발전이 창작자의 연령대를 낮췄으면 한다. 젊은 창작자가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인디게임이 발전하고 있다. 퀄리티가 점점 올라가는데, 매년 심사기준도 바뀔 듯하다. 심사기준이 무거워지기도 하나

비영리사단법인인 만큼, 심사분과는 위원 모두 N분의 1의 권한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 수평적이고 독립적이다. 좋은 게임이 뭐냐는 건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있다. 400~500개 되는 게임들을 약 한 달 동안 플레이해주신 분들과 올해 좋은 게임이 무엇이냐를 만나서 논의한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까 ‘우리 생각이 맞나’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이번에 빅커넥터즈라는 20대 젊은 친구들의 의견도 같이 수렴하기 시작했다. 합의점을 찾는 게 좋은 인디게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수상을 할 때 상이 적다는 개발자의 의견이 있다. 차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상 주는 것을 고려하는지

관련 규정이 있다. 해당 규정은 매년 행사가 끝나면 보완한다. 하지만 급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이번에는 빅커넥터즈의 의견을 투표에 반영했다. 개선점을 계속 수집하고 내부적인 회의 거치며 규정 개정하고 내년도에 반영하는 이런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다.

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종관 기자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가

표절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다. 심사위원들이 게임을 많이 해봐서 게임에 대한 표절 의견이나 인디게임이 아닌 거 같은 것을 최종 취합할 때 모여서 검토한다. 이 게임을 정말 표절로 볼 수 있는지, 그냥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순한 오마주로 볼 수 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논의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다른 메카닉을 가진 게임도 있다. 단순히 보이는 인상만으로 이게 표절이다, 아니다 하기에는 무리다.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사할 때마다 플레이하고 나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 부분에서도 표절이 맞다고 느껴지면 표절로 간주한다. 시각적인 걸로만 표절 기준을 세우기엔 문제가 있다. 저희만이 모든 결정의 중심이 되는 건 위험하다. 빅커넥터즈라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청취한다. 에셋을 사용한다고 체크할 수 있게끔 심사시스템에 넣기도 했다.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에셋을 활용하는 건지, 남의 에셋을 쓰고 있는 건지 적도록 했다. 개발자 자율에 의해 신고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개발에 관여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는 올해 규정에서 정하지 않았다.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개발 1인 개발에서 해낼 수 없는 생산성들을 높여줌과 동시에, 게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원화 작업을 기계를 통해 대체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행사가 끝나고 논의해야 할 주제일 듯 하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게임은 티가 났다. 아직 인공지능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용자들도 알아차릴 것이다. 이용자들은 인공지능을 가지고 창작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많다. 이걸 사용하는 건 개발자의 몫이지만 인디게임처럼 팬심이 중요한 창작에서 이걸 사용하는 게 유리할까. 독이 될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심사 끝나고 의견을 만들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BIC의 명성과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BIC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더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이 있을지

2015년에 BIC를 만들 때 슬로건이 ‘인디 개발자에 의한, 인디 개발자를 위한’ 행사를 만들겠다는 거였다. 유명한 링컨의 연설을 따온 것이다. 인디 개발자들이 모여서 행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아마추어적이었다. 힙한 분위기가 행사의 중요한 주제기도 했다. 일부러 컨벤션을 기피하고 예술의 전당 같은 이런 예술적인 야외공간을 세워서 천막을 쳤다. 그러다 행사 기간에 태풍이 오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때 이제 부산항만공사로 이전을 해서 나름 컨벤션의 맛을 들였다. 사람이 많이 오고, 올해는 거기에 더불어서 스폰서도 너무나 많이 있다. 지금 17개의 스폰서가 유치된 걸로 알고 있다. 2015년과 2023년 사이 인디게임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이나 후원 규모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인디게임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인디게임 생태계에 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개발자로서 정체성과 역량을 가지고 성장을 해야 하는데. 외국에 비해 한국은 기반 시설이나 제도나 이런 것들이 없어서 힘들었다. ‘루키’들에게 계속해서 개발의 꿈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맞는 인디게임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단순히 참신함을 넘어 익숙함과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관심 가져주시고 산업의 파이를 키워주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하자면

예전에 저희가 시작했던 것보다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인디게임을 통해 많은 이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다양한 세대가 뭉쳤다. 행사를 잘 활용해주시고 계속해서 지속해주시길 바란다.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저희랑 같이 소통하면서 발전하면 좋겠다. 동반 성장하면서 좋은 결과 만들 수 있게 저희도 큰 노력을 하겠다. 개발자분들도 많은 의견을 부탁한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차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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