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찾아 삼만리… 비싼 가격까지 ‘이중고’ 겪는 산모들 

산후조리원 찾아 삼만리… 비싼 가격까지 ‘이중고’ 겪는 산모들 

산후조리원 가격 천차만별… 2주에 3800만원도
98개 지자체 산후조리원 ‘0곳’, 공공은 전국 18곳 뿐
백선희 교수 “취약계층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필요”

기사승인 2023-08-29 06:00:17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전남공공산후조리원 1호.   전남도

#A씨(33)는 출산을 앞두고 산후조리원을 예약하려다 한숨을 내쉬었다. A씨가 거주하는 경기도 양평군 내에는 산후조리원이 1곳도 없었다. 구리나 하남, 심지어는 서울 강동구나 송파구까지 원정을 나가야 했다. 

하남시에 위치한 산후조리원은 일반실 기준 최소 330만원에서 490만원의 가격대가 형성됐다. 송파구의 공공산후조리원은 구민을 우선순위로 받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A씨는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막상 아기를 낳으려 보니 복지정책이 열악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28일 보건복지부의 6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이용요금은 2주 기준 32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은 평균 170만원으로, 민간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만 전국에 18곳이 전부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후조리원 469곳 중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산후조리원으로 2주 기준 3800만원(일반실 1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산후조리원은 일반실 이용요금이 2주에 1700만원(특실 270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곳은 충북 청주의 한 산후조리원으로, 일반실 기준 130만원(특실 160만원)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특실과 29배가량 가격 차이가 났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은 전국 18곳, 전체의 3.8%에 그쳤다. 공공산후조리원의 일반실 이용요금은 2주 평균 약 170만5000원이었다. 일반실 가격대는 최소 154만원(전남, 제주)에서 최대 209만원(서울 송파구) 사이였다.

지역 불균형도 심각하다. 서울 114곳, 경기 144곳, 인천 24곳 등 60.1%(282곳)이 수도권에 몰려있었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남 26곳, 부산 23곳, 대구 21곳, 강원 17곳, 충남·전북·경북 각 13곳, 충북·전북 각 11곳, 대전 10곳, 광주·울산 각 8곳, 제주 7곳, 세종 6곳 순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49%에 해당하는 98개 지자체는 산후조리원이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산후조리서비스에 차별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저렴한 비용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해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엔 친정이나 시어머니가 산후조리를 도와줬다면, 요즘은 산후조리원의 도움을 받는 문화”라면서 “다만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든 기초자치단체에서 설치해 보편적으로 운영하긴 어렵다.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공공산후조리원이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저소득 가정, 장애인 산모 등 취약계층을 위해선 광역단체별로 공공산후조리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 교수는 “조리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조금 더 특별한 케어가 필요한 장애인 부모나 장애 영유아를 위해선 공공산후조리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청소년 부모도 가정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공공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수도권의 경우 출생아 수가 적어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이 들어가기 어렵다”며 “공공의 영역에서 최소한 광역단체 단위별로 1곳은 있어야 산모나 아이들의 건강권 보호와 산후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도 손해를 감수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입법 과정을 살펴보며 재정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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