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중국 건설사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 가든)의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했다. 비구이위안이 실제 채무불이행 상황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이는 향후 국내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디스는 30일(현지 시각) 컨트리 가든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Ca’ 등급은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고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임박했을 때 나오는 등급이다. 사실상 무디스가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경고에 나선 셈이다. 무디스 측은 “부정적 전망을 동반한 등급 강등은 컨트리 가든의 긴축 유동성과 높아진 채무 불이행 위험, 회사 채권자들의 취약한 회생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만기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의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297억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를 맞이했다. 이는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져 9월 초 만기가 다시 도래한다. 비구이위안이 막아야 할 채권 총액은 157억200만위안(2조8700억원)에 달한다. 9월 초 39억위안짜리 채권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만기가 줄줄이 다가온다.
막대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비구이위안은 현재 적자 상태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30일 공시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 489억위안(약 8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비구이위안은 상반기 기록적인 손실을 두고 “깊이 반성한다,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상황에 빠질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2017년부터 5년 연속 중국 부동산 판매 1위를 기록한 비구이위안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 640억 달러(약 84조5000억원)에 달한다. 진행중인 프로젝트 수도 2019년 디폴트 위기를 맞은 헝다(에버그란데)의 약 4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그룹 중즈그룹의 계열사인 중룽신탁은 비구이위안의 영향으로 최근 수십 개 투자신탁 상품의 이자 지급 및 원금 환매를 중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신탁산업의 손실이 380억달러(50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비구이위안 사태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대출 요건을 완화했다. 또한 자본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증시 활성화 대책까지 내놓는 등 사태 수습에 애쓰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비구이위안으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내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트리가든 이슈로 부각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민영 부동산 개발사의 역외 달러채권 지급불능 이슈는 단기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중국 금융기관의 부담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결국 상업은행 대출공급 감소로 민간소비와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중국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에 취약한 내구재 소비 위축,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민간투자 부진을 예상한다”며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한국의 대중 수출 및 무역수지 개선 지연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과 원화 가치 회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