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18년 10월 국내 여러 지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회사가 해당 지역경제 성장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를 도입해 2020년(2019년 대상)부터 평가를 실시해 오고 있다.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는 금융회사의 지역 내 자금공급,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지원, 금융인프라 현황 등을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최우수·우수·양호·다소미흡·미흡 등 5등급으로 구분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도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2년 대상 평가결과에서는 대형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우수’, 신한․우리은행은 ‘양호’, 수협은 ‘다소 미흡’, SC·한국씨티은행은 ‘미흡’ 등급으로 매겨졌다.
이러한 평가 제도 도입에도 지역 자금공급 상황은 개선이 미진하다. 2019년말 은행의 전체 여신 중 비수도권 여신 비중은 36.1%에서 2022년말 35%로 1.1%P(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평가제도 도입 이후 은행의 수도권 중심 자급공급 현상이 더 심화했다는 의미다.
지방 실물경제 규모 대비 은행의 자금공급 규모도 개선점을 찾기 어렵다.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과 은행의 비수도권 여신공급 비중을 비교해 보면 2019년말 차이가 12.1%P에서 2022년말 12.2%P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미세하게 여신 공급이 더 부족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공급하는 가계대출 가운데 서민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측에서 모두 감소했다. 수도권 가계대출 가운데 서민대출 비중은 2019년말 0.42%에서 2022년말 0.22%로 0.20%P 줄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0.65%에서 0.40%로 0.25%P 하락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동반 하락한 가운데 비수도권 하락 폭이 더 크다.
은행 점포도 금융 거래의 디지털화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측에서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수도권 은행 점포는 2019년 100만 명당 141개에서 2022년말 119.5개(15.2%)로, 비수도권은 117개에서 102.9개(12.5%)로 감소했다. 은행 점포는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감소 폭이 더 높았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평가제도가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 금고 선정에 반영되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압박이 된다는 반응이다. 다만 평가 결과나 근거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여신은 수요와 여신심사에 따라 공급되는 만큼 부실 우려에 인위적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평가결과가 종합등급 외에 지역별로 나오는데 구체적인 평가 근거가 공개되지 않아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담당 부서에서 혼란스러워한다”며 “당국의 피드백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심사를 완화해 인위적으로 대출을 늘릴 경우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