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양종희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사실상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은 후보자 간의 이전투구나 자격 논란, 정치적 외압 등 별다른 잡음 없이 안정적인 승계 구도를 보여줬다. 모범적인 회장 선임 절차를 보여 달라는 감독당국의 요구에도 부응한 모습이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 후보군 3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양 부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 내정자는 오는 12일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20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5대 회장에 선임된다.
양 내정자는 1961년 전북 출신으로 국민은행의 영업점 및 재무 관련 부서 등에서 20여 년간 근무했으며,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경험했다.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낸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이다. 특히 KB손해보험을 키워낸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한 경력이 있으며, 2016년부터 KB손보 대표 맡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KB손보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추위는 양 내정자를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봤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종희 후보는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 역량 있는 CEO 후보”라며, “지주, 은행,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양 내정자는 KB금융을 시장은 물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기회를 주신 회추위에 감사드리고, 아직은 후보자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영승계 안정성 입증한 KB금융
자산 706조원에 전 국민 4명 중 1명이 고객인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은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사안이었다. 특히 KB금융에 앞서 회장 선임에 나선 우리금융에서 금융당국의 외압 및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고,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유력 후보가 갑자기 사퇴를 선언하는 등 잡음이 많았던 영향이 컸다. 이에 소위 ‘주인 없는 회사’라고 불리는 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두고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금융당국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17일 “KB가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있었던 여러 가지 지배구조 이슈 이후 첫 이벤트인 만큼 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내외부의 높은 기대에 발맞춰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 변화를 줬다. 먼저 차기 회장 선임 기간을 3주 정도 늘려 충분한 검증 기간을 확보했고, 인터뷰 횟수와 평판 조회 등을 확대해 후보자 검증을 강화했다. 외부 출신 후보와 내부 출신 후보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외부 출신 후보에게 더 많은 인터뷰 시간과 자료도 제공했다. 경영승계 절차도 공식적으로 발표해 승계절차의 공정성, 투명성, 독립성과 함께 절차적 정당성을 높여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KB금융의 후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쟁쟁한 내부 출신 후보들은 경영승계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KB금융은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면서 이들에게 계열사 간 이동, 계열사내 직무전환, 그룹 경영관리위원회 활동, 이사회 보고 참여 등의 기회를 제공해 CEO로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다. CEO로서 역량을 갖춘 내부 후보들은 무리한 외부 개입이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도 했다.
그 결과 KB금융은 큰 논란 없이 차기 회장 선임을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안정적인 승계 구도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 윤종규 현 회장의 공이 상당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자 후배들에게 기회를 양보한 윤 회장은 KB금융의 후보육성 등 경영승계 프로그램 기틀을 만든 인물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이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며 “내부 후보들이 쟁쟁해 외부의 개입 여지가 적었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