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전북 정치권 삭발투쟁...한쪽에선 골프대회 ‘빈축’

[데스크칼럼]전북 정치권 삭발투쟁...한쪽에선 골프대회 ‘빈축’

국회서 ‘새만금 예산 삭감’ 규탄집회 당일 군산에서는 골프대회
골프대회에 전북지역 명망가 다수 참석 ‘위기의식 결여’

기사승인 2023-09-11 10:34:03
정부의 새만금 S0C 예산 삭감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지난 7일 국회 본청 앞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전북 정치권이 똘똘 뭉쳐 국회로 올라가 새만금 S0C 예산 삭감에 삭발투쟁으로 결기를 다지고 있는 마당에 한쪽에선 희희낙락 골프판이 벌어져 빈축을 샀다. 

골프대회에 참석한 인사들 대부분이 전북에서서는 명망 있는 인사들로, 위기에 봉착한 전북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보였다. 

앞서 지난 7일 정부의 새만금 예산삭감을 규탄하는 전북정치권·사회단체 등이 참석한 대규모 상경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정부 여당이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따른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하고 새만금 SOC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 도민들의 울분을 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을 비롯한 안호영(완주·진무장)·윤준병(정읍·고창)·신영대(군산)·김윤덕(전주갑)·김성주(전주병)·의원 등 6명의 국회의원과 이병철 전주을 지역위원장, 박희승 남원순창임실지역위원장, 시민사회연대 인사들이 삭발을 단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단식농성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해 “새만금 예산 삭감은 예산 폭력이자 예산 독재라는 상황을 당 차원에서 공감하며 새만금 예산 복원 없이는 정부 예산안 처리가 어렵다”며 전북도민과 함께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을 천명했다. 이렇게 국회 본청 앞은 전북도민의 절규를 담은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그 시각 군산CC에서는 ‘제2회 전북도민 친선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홍국 재경전북도민회장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임연택 재경도민회 골프회장 등 재경 14개 시군향우회원 및 지역민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김홍국 회장은 “현재 전북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모든 도민들이 마음과 힘을 모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면서 이 자리의 의미를 부연했다.

골프대회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만 두고 보더라도 전북의 오피니언리더들과 자치단체장 등이 대거 참석한 그야말로 그들만의 친목의 자리가 분명하다. 말로는 전북도민을 위로한다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이런 행태가 상실감에 빠진 전북도민들에게 오히려 더 깊은 생채기를 남기지나 않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참석 인사들 중 일부는 “이런 시국에 무슨 골프대회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는 전언이지만, 결국 그들의 목소리는 울림 없는 아우성에 그쳤다.

지난달 수도권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울 관악구에서 ‘재민과 함께하는 골프대회’ 개최를 후원하겠다고 홍보해 논란이 일었다. ‘수재민 돕기’라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주민들은 아직 수해 피해 복구 작업에 한창인데 무슨 골프대회냐며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사실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는 모양이다.

다음날 언론에는 전북 출향인사와 지역민이 한 자리에 모여 화합을 도모하는 뜻 깊은 자리라는 골프대회 기념촬영 사진이 실렸고, 또 다른 언론 1면에는 “새만금은 죄가 없다, 살려내라”는 제하의 삭발하고 있는 사진이 실려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골프대회에 참석한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에게 전북은 과연 무엇이며, 전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저 전북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발판은 아닌지?

전 도민과 전 출향인사들이 똘똘 뭉쳐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극복해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현 상황에 도민을 위로하겠다며 자신들의 즐거움만 채우는 이들에게 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북도민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ㅇ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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