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농업지원비 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농업지원비 한도 증대는 농민 지원 확대와 연결되지만 계열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올해 계획된 계열사별 농업지원비 부과 금액은 총 5434억원이다. 금융지주에 4927억원, 경제지주에 475억원, 교육지원에 31억원을 부과한다. 농협금융이 전체 농업지원비의 90%가량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농협금융의 농업지원비 규모는 2021년 4459억원에서 2022년 4504억원, 2023년 4927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업지원비는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로, 현행 농협법은 농협이 농민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농협의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2.5%까지 농업지원비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농협은 정관을 통해 3년 평균 매출액 규모에 따라 2.5% 내에서 부과율을 정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올해 자회사별 농업지원비 부과액과 부과율은 △NH농협은행(3306억원, 2.5%) △NH농협생명보험(791억원, 0.83%) △NH농협손해보험(238억원, 0.45%) △NH투자증권(572억원. 0.51%) △NH자산운용(2억원, 0.30%) △NH선물(1억원, 0.30%) △NH캐피탈(12억원, 0.30%) △NH저축은행(2억원, 0.30%) 순이다.
농업지원비 한도 인상 문제는 계열사 가운데 최근 3년간 매년 부과율을 2.5% 한도까지 적용받고 있는 농협은행에서 출발한다,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1조3527억원에서 2021년 1조5583억원으로 늘어났고, 2022년에는 1조7972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농업지원비는 부과율 한도에 막혀 2021년부터 3000억원대에서 큰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부과율을 0.5%까지 올려야 한다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 있다.
안호영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11년 전에 책정된 농업지원비 상한선이 변경 없이 지속되어, 금융지주의 막대한 영업수익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 등에 대한 지원 사업 등의 수행에 필요한 재원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서는 농협금융지주와 같이 영업수익이 막대하고 그 증가가 뚜렷한 법인에 대해 부과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업지원비 한도 상향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농업지원비가 당기순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만큼 이익 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도 매출 증가에 따라 농업지원비가 과다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NH농협생명은 지난 2018년 127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6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비로 납부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농협금융지주 자회사들의 농업지원비와 관련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은 2020년 농협은행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매년 수천억씩 납부하는 농업지원비가 농협은행의 손익 등 재무현황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지출이 농협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등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이와 관련해 “명칭사용료 2배 인상은 농협 자회사의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기금을 늘릴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농업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업지원비 한도 확대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농협법 개정안은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넘어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의 건전성 우려를 반영해 점진적 부과율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영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증가에 따른 농협은행 등의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매출액 증대에 따른 농업지원사업비 지속 증가 등을 고려해 점진적인 부과율 상향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