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건축 및 토목 엔지니어링 분야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재난안전방재 산업에 도전장을 던진 젊은 기업이 있다. 2013년도 설립해 올해 10년차인 아신씨엔티(C&T)다. ‘신뢰를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추구’라는 모토로, 건물 및 시설 관리를 넘어 위험관리 보험시장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미약한 출발…기술로 극복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 조그만 사무실. 직원 6명이 모여 밤낮없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아신씨엔티의 설립 초기 모습이다. 내진 등 토목 특수설계와 안전 분야 지식 서비스 제공을 주요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설립 초기 3년간은 매출이 보잘 것 없었다. 기술력은 있어도 이전 실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신씨엔티의 서비스를 선뜻 구매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재정상태는 어려워졌고 직원들이 6개월 정도 월급을 못 가져가기도 했다.
아신씨엔티 대표이사는 “굉장히 어려운 때였다. 3년 정도는 돈도 잘 못 벌었지만 돈 버는 것도 모두 기술 개발하는 데 투자했다. 그런 시기를 견디고 함께 해준 직원들의 희생으로 지금까지 성장했다. 직원들은 제게 있어 가족과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신씨엔티는 실제 직원 복지에 진심이다. 직원을 위한 카페테리아와 같은 휴게공간은 물론, 매달 마지막 금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오전만 근무하고 일찍 퇴근시킨다. 또 직원 가족들의 건강검진 비용도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다.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아신씨엔티의 선택은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18년 재난 관련 ‘IT융합 기술 부문 특허(실시간 재해 발생시간 예측시스템 및 방법)’를 등록했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에서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국토교통기술 사업화 지원사업(안전기술 분야)’에 선정되면서 자금을 지원받고 기술개발도 빨라졌다. 이를 통해 매출 20억원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이후 2019년 행전안전부의 ‘재해위험지역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를 시작으로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주요 기관들에 재난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약 70억원, 직원 40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경기도 시흥시에 건물을 매입, 회사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이프 시그널’ 대기업도 주목
아신씨엔티의 주요 기술은 사물지능융합기술(AIoT)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세이프 시그널’이란 재난·재해 예방 및 시설물 안전관리 시스템이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시설물의 기울기 및 균열, 침수발생 등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측정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사고발생을 이전에 예측해 재난을 예방하도록 돕는다. 위험이 감지되면 관리자에게 경보알림이 문자로 전송돼 사전에 재난을 예방하는 구조다.
아신씨엔티의 ‘세이프 시그널’은 대기업도 주목했다. 지난 4월 SK텔레콤,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함께 ‘취약계층 안전관리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반지하 세대의 침수를 사전에 예측·예방하거나 독거 및 치매노인의 이상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관련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모델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더해 아신씨엔티는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시범사업에도 참여했다. AIoT기술로 철도 레일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사당역과 창동역 지상구간 등 4곳에 해당 기술을 설치해 검증을 끝내고 추가 적용을 검토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인천도시철도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효자 ‘안전 블랙박스’
아신씨엔티는 최근 ‘세이프 시그널’을 넘어 ‘안전 블랙박스’라는 장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건축물에 ‘안전 블랙박스’ 센서를 설치해 시설물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안전관리 분야에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신씨엔티 대표이사는 “시특법(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건축물은 1년에 두 번씩 정기 점검한다, 현재는 직접 사람이 현장에서 육안으로 조사를 하는 수준이라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 반면 ‘안전 블랙박스’를 건축물에 CCTV처럼 붙여놓게 되면 매일 건물의 내구성과 같은 안전상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 노후 건축물 안전 관리분야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
아신씨엔티와 같은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성공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이와 관련 아신씨엔티 대표이사는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대부분이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7년 이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7년 이상이 되는 중소기업들도 여전히 힘들다. 이들의 경쟁 대상은 매출액 300억~500억원대의 중견 기업들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 지원 사업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게 돼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좀 많다. 이런 부분이 조금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신씨엔티는 국내를 넘어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재난안전 분야 AIoT 기술 표준에도 적극적이다. 아신씨엔티가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에 재난안전분야 K기술 한류를 주도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