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도 옛말”…푸념의 추석 전 마트·시장 [가봤더니]

“‘한가위만 같아라’도 옛말”…푸념의 추석 전 마트·시장 [가봤더니]

사과 금값에 샤인머스켓 구매 이어지기도
마트·백화점, 오염수發 수산물 소비 줄어들라 ‘조마조마’

기사승인 2023-09-28 06:05:02
사진=안세진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이젠 못하겠어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둔 2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명절 연휴에 필요한 음식들을 장만하려는 어르신들의 카트는 생각보다 비어 있었다. 과일 코너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60)는 10kg에 7만원이 훌쩍 넘는 사과 가격에 놀랐다. 김모씨는 “올해 이상 기온으로 사과가 예년보다 많이 생산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큰일”이라며 “제사상에 올리는 수를 줄이거나 다른 과일로 대체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같이 추석 명절 이틀 전 찾아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곳곳에선 주부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이들의 입에선 모두 ‘고물가’, ‘불경기’ 등의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인근 정육점 앞에서 고기를 고르던 정모씨는 “다행인건 과일 값에 비해 한우 값은 조금 떨어졌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몇 년 전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너무 많이 오른지라 이 가격마저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은 평균 30만4434원으로 지난해보다 4.0% 하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일 값은 오르고 야채, 한우 값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는 100g 기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각각 19.2%, 16.9% 하락했다. 시금치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각각 15.1%, 20.1% 싸게 살 수 있다. 한우는 사육 마릿수가 늘어 가격이 떨어졌다. 우둔살 1.8㎏ 기준으로 한우 값이 전통시장은 11.2%, 대형마트는 16.0% 떨어졌다.

다만 과일류 가격은 올랐다. 사과 가격은 5개 기준 전통시장(1만5528원)이 2.7% 올랐고, 대형마트(1만7580원)는 19% 상승했다. 

상인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오른 가격에 망설이는 손님들을 볼 때면 기사에서 보는 것보다 물가가 더 크게 올랐다는 걸 크게 체감한다”며 “특히 사과가 많이 올랐다. 그래서 일부 손님들은 예년보다 조금 저렴해진 샤인머스캣을 구매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첫 명절이기도 하다. 방사능 노출 공포에 수산물 소비가 감소할까봐 시장상인들은 물론 업계는 그야말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매출 감소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모씨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지만 다행히 아직까진 그 영향이 우리 앞바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선지 소비가 줄진 않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많은 분들이 원산지를 한 번씩 확인을 해보고 일본산 수산물일 경우 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상황은 명절 대목을 앞두고 수산물 관련 ‘안심 마케팅’이 한창이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이미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또 방사능 검사에 대한 결과지를 매장 매대에 붙여 고지하는 등 고객 안심에 주력 중이다. 자체 품질연구소의 방사능 검사 횟수와 빈도도 늘리고 있다.

아직 수산물 가격 변동은 없는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고등어(국산 염장)의 소매가격은 2295원으로 1개월 전 가격(2231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전복(5마리)의 소매가격은 1만1044원으로 오히려 1개월 전 가격보다 12.8% 떨어졌다. 이외에도 멸치, 김 등 가격도 큰 변동이 없었다.

추석 명절 선물세트 판매를 앞둔 백화점은 방사능 리스크가 적은 상품 마련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수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청과와 한우 세트의 품목과 물량을 대폭 확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갑각류와 선어를 일본과 먼 아르헨티나 캐나다에서 들여오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등 수산물의 해외 산지를 다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에 대비해 수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과일이나 고기 품목과 물량을 늘리고는 있다”며 “다만 아직까진 오염수 방류에 따른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각 업체들이 일본과 먼 곳의 바다에서 수산물을 들여오고 있는 만큼 오염수 방류 공포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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