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강화 전략이 난항을 겪고 있다. 회심의 한 수로 꺼내든 KDB생명보험 인수가 불발로 끝난 영향이다. 이에 ABL생명이나 동양생명 인수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낮은 수익성이나 인수 가격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에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은 KDB생명을 대상으로 실사 끝에 인수를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하나금융 측은 “KDB생명 인수는 하나금융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도전은 함영주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력에 따른 것이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은 2021년 32.9%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 18.9%까지 떨어졌다. 함 회장은 이에 올해 초 M&A를 통해서라도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대체 매물로 거론되는 곳이 ABL생명과 동양생명이다. 두 생보사는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KDB생명 대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BL생명의 6월말 기준 신 지급여력비율(K-ICS)은 113.2%(경과조치 적용 전)이다. 규제비율인 100%를 넘으면서, KDB생명의 두 배 수준이다. 잠재 매물인 동양생명의 경우 킥스 비율이 160%대에 달한다. 특히 KDB생명보다 자산 규모가 두 배 크고 순이익은 3~4배 많다. 킥스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인수 이후 추가 자본의 투입이 필요 없다는 의미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면을 보이고 있다. KDB생명의 ROE는 6월말 기준 17.82%인 반면 ABL생명은 9.75%, 동양생명은 6.11%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의 10.47%에도 못 미친다. 양재혁 하나금융 그룹전략총괄(CSO) 상무는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M&A 조건으로 “ROE 및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대상 매물이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양생명의 경우 몸값도 인수 장애물이다. 시장에서는 동양생명의 매각가격이 1조2000억~1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6월말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5%로 규제비율까지 남은 출자 여력은 9300억원 수준이다. 동양생명 인수를 위해서는 추가 자본확충이나 FI(재무적 투자자) 확보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 하나금융의 ABL생명이나 동양생명 인수가 거론되는 배경은 이를 제외할 경우 비은행 강화 대안이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가운데 보험을 제외할 경우 핵심 분야는 증권과 카드 밖에 남지 않는다. 증권의 경우 증자를 통해 이미 하나증권의 몸집을 불리고 있고, 카드는 그룹 내에서 M&A에 회의론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비은행 이익 비율 30% 달성의 목표 시점이 2025년이라는 점도 하나금융의 도전을 뒷받침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들은 자신의 임기 내에 M&A를 마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오버페이를 주의해야 한다”며 “ROE가 낮은 회사를 인수할 때는 주주들에게 인수 이후 ROE가 개선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