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이 고의적으로 증인 출석을 회피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무위원회 내부에서 고발 주장까지 나왔다. 반면 퇴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용’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26일 열린 정무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고발 요청이 나왔다. 이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 정면 도전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증인 KB금융지주 회장을 고발할 수 있도록 (여야 간사가) 의결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KB금융 회장은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함께 지나친 예대마진 수익,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10월 17일 종합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에 KB금융 회장은 23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불출석 사유서에서 “13일 IMF 연차총회 참석을 시작으로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주요 주주 및 전략적 제휴기관 17곳을 대상으로 해외IR 활동 중에 있다”고 불출석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강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당초 10월 18일 종료되는 KB금융 회장의 해외 IR 일정이 종합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다음날 28일까지 대폭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이를 두고 국정감사 증일 출석을 회피하기 위해 KB금융 회장이 급조된 해외 출장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봤다.
강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고 대신하여 진행하는 신성한 국회 국정감사를 모독하는 허위 불출석 사유서를 용인하는 것은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규정에 따라 국민을 우습게 보는 증인을 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매번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빠지는 금융지주 회장들을 두고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 이후 정무위 전체회의를 소집해서 시중은행 5개와 BNK와 DGB까지 7개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금융기관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종합적인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전체회의 의결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무위의 KB금융 회장 증인 채택과 고발 검토 등 일련의 과정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임기가 20일 남짓 남은 비오너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내부통제나 예대마진 문제 개선이 가능한지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한 달도 안 남아 경영을 마무리하고 있는 회장이 내부통제나 예대마진 문제 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겠냐”며 “생색내기용 ‘호통 국감’이 반복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국감 불참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무위 국감과 매번 일정이 겹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는 연초 확정되는 일정”이라며 “지주 회장들의 국감 출석이 필요했다면 국감 일정을 조금만 조정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