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중국산 LFP 배터리의 재활용 방안 및 EPR(생산자재활용책임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가운데 오히려 순환 경제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활용 및 재사용이 불가능한 중국산 LFP 배터리의 매립량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다르면 지난 2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EPR에 포함하는 방안을 밝혔지만, 최근 업계 반발로 철회했다.
EPR 제도는 제품 생산자가 포장재에 대한 재활용 의무를 부여받는 제도로, 제품 생산자들은 재활용하기 위한 기금을 제조 단계에서부터 지불하게 된다. 소비자도 EPR 제도와 관련이 있는 만큼 국민 세금이 포함된다.
현재 환경부가 중국산 LFP 배터리의 EPR 도입을 먼저 검토하는 이유는 재활용·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매립 이외의 대안이 없는데 순환 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을 생산할 경우 관련자가 환경보전분담금 등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잔존가치가 없는 제품들을 처리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위탁처리를 하고 있다. 매립해야 하는 확률이 높은데 이는 순환 경제와 환경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NCM(니켈·코발트·망간) 핵심 광물을 뽑아내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중국산 LFP 배터리는 재활용할 수 있는 광물이 적어 이를 리사이클링 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FP 배터리에서 추출할 수 있는 원료는 소량의 리튬에 불과하다.
문제는 국내에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도입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기아 ‘레이 EV’,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라인업을 공개한 상태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 이용이 가능해졌지만, 향후 중국산 LFP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미비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이 어려운 LFP 배터리 사용 후 순환자원 인증(폐기물 규제 면제), 안정검사제도 등 재제조·재사용 위주의 순환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중국산 LFP가 EPR에 포함돼도 매립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에 희소자원이 많을수록 재활용·재사용에 공을 들일텐데, 중국산 LFP의 경우 회수되는 자원이 희박한 건 사실”이라며 “국내 제조사의 경우 NCM과 LFP 모두 매립하지 않고 리사이클링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