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농촌 위기, 농업혁신이 ‘답’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촌 위기, 농업혁신이 ‘답’이다

급격한 기후변화, 농업생태계 파괴와 식량안보 위기로 귀결
경북도,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위해 농업대전환 주목

기사승인 2023-11-13 16:43:33
경북도가 식량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업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경북도 제공) 2023.11.13.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크게 줄고 작목 면적도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등 농수산물 주산지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농업은 물론 식량안보에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농업대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 사과생산 전년대비 21.6% 감소   

13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단수(10a당 생산량)는 1282kg으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21.6%, 15.5% 감소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했다. 

이는 전국 사과 생산량 60%를 차지하는 경북에서 봄철 냉해, 여름철 집중호우와 긴 장마, 가을 우박 피해 등의 기상 악재가 겹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올해 경북 북부 지역은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중순까지 900mm에 이르는 비가 내렸다. 1973년 이후 50년 동안 대구경북 장마 기간 평균 누적 강수량(292.2mm)의 3배가 넘는 강수량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말 안동 등 6개 시·군은 예년과 다른 굵은 우박이 쏟아져 1083ha, 3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10년 전부터 농업인 85.7% 기후위기 인식

이런 현상은 이미 10년 전인 2014년 조사에서 농업인의 85.7%가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 조사에서 농업인 85.8%는 향후 10년 이내 농업에서 기후변화에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실시한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실태조사보고서’에서는 농업이 기후 위기에 가장 심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농업인의 인식은 더욱 보편화되고 있었다. 

경산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A씨는 “봄이면 냉해로 꽃이 다 떨어지고, 여름철에는 잦은 비와 고온으로 포도송이 반 이상이 탄저로 녹아내리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아무리 사람의 힘으로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은 WMO(세계기상기구)에서 앞으로 극단적 기후변화가 더 자주,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과도 일치한다. 

2090년 사과 재배, 강원도 일부에서만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사과의 경우 우리나라 재배면적이 1982년 4만 2000ha에서 2007년에는 3만 2000ha로 약 1만ha가 감소했다. 고랭지 배추도 같은 기간 10.2ha에서 0.5ha로 95% 이상 줄었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209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재배할 곳은 강원도 일부 지역에 한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와 농업의 위기는 농민의 위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위기와 식량 안보의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수산물 주산지의 급격한 변동을 일으켜 농가의 과감한 시설투자와 업종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전 세계 경제적 위기와 식량 안보 문제 현실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기후변화로 수십 년 내 전 인류가‘식량 안보’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2050년에는 주요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유럽의 2018~2022년 평년 곡물 생산량은 4220만 톤이었다. 하지만 폭염과 가뭄으로 올해 생산량은 3% 이상 줄어든 4090만 톤으로 예상된다. 

세계 4위 옥수수 생산국인 아르헨티나의 작황 부진으로 세계 옥수수 공급량은 13.9% 줄었다. 세계적 쌀 생산국인 인도, 태국, 베트남도 가뭄으로 쌀 수출 가격이 지난 6월 말 기준 톤당 518달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고치다.

이에 헝가리 등 19개국은 이미 식량 수출을 금지했으며, 아르헨티나 등 8개국도 식량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 식량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한반도의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로 귀결될 것”이라며 “연간 1700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식량 자급률이 32%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향후 20~30년 식량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경 영순들녁에 조성된 '혁신농업타운'에서 콩을 수확하고 있다,(경북도 제공) 2023.11.13.

경북도, ‘농업대전환’으로 농정 혁신에 박차 

경북도는 전국에서 농업인구가 가장 많고 전국 쌀 생산 4위(511톤), 사과, 포도, 복숭아, 고추, 참외 등과 한우·육우 생산량 1위, 콩·마늘 2위, 양돈 3위 등 대한민국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생태계의 변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북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농업 생산성과 농가소득의 증대를 위해 농정 혁신에 나섰다. 

그 핵심이 '농업대전환'이다. 2022년 농업대전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구경북 농업 관련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손재근 경북대 명예교수를 식량안보 정책자문관으로 임명해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미래, 식량 보안과 관련된 지역농업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 최초 '혁신농업타운조성사업’ 도입

경북도는 ‘공동영농 체계 구축’으로 농업의 첨단화 및 규모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농업 생산성 확대와 농가소득 증대를 통해 청년들의 농촌 유입과 기후변화에 따른 농촌 생태계의 전환을 함께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혁신농업타운조성사업’을 전국 최초로 도입해 문경지구(영순면 율곡리 일원) 110ha에 벼 대신 콩, 양파, 감자를 이모작하고 있다. 마을법인 책임하에 들녘이 경영되고 마을주민은 회원으로 주요 영농활동에만 참여한다.

이를 통해 단지 내 농업소득은 기존보다 3.3배 가량 늘어난 26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영순들녁은 논 형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식량 위기 시 언제든지 쌀생산 기지로 전환할 수 있다.

지역별 여건에 맞춘 ‘특화형 혁신모델’사업 추진

경북도는 지역별 여건에 맞춘 ‘특화형 혁신모델’사업을 추진한다.

넓은 들녘이 없는 청송, 영양 등의 주 품목인 노지 과수와 원예작물에 대해 기후 및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농촌 모델을 구축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북도는 이와 함께 첨단화와 규모화로 농업 생산성 대폭 확대에 대비해 홍수 출하 및 판로 애로 등 이례적 상황에서도 농산품 유통량과 농가소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축산사료의 경우 수입을 줄이기 위해 지역에서 길러낸 조사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급의 다변화를 도모한다. 

이를 위해 벼 재배 농가의 사료작물 생산 지원사업을 통해 축산물 생산비를 절감하고 사료 원료 수입에 따른 식량 안보 문제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축분의 고체연료화를 통해 에너지 자원확보와 토양 부영양화, 지하수 오염 등 생태계 보호 등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이철우 지사는 “농업은 생산자에겐 생명산업이고, 국민에겐 식량창고와 다름없는 산업”이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생산량의 급격한 변화와 식량 주권의 문제는 기존 농업과 농촌에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농업대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축분고체연료에너지전환을 위해 봉화 '원애그 농업회사법인'에 구축한 공장 전경(경북도 제공) 2023.11.13.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
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
노재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