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본무 LG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 드디어 주인 찾았다

故 구본무 LG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 드디어 주인 찾았다

구본무 전 LG 회장, 한국시리즈 우승 MVP에게 고가 시계 선물 약속
29년 만에 우승, MVP 오지환…오지환은 구본무 회장에게 전하기로

기사승인 2023-11-13 23:55:44
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기로 한 롤렉스 시계. 연합뉴스 

2018년 작고한 故 구본무 전 LG 회장은 1997년에 다음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할 LG 선수에게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시계를 좀처럼 아무도 가져가지 못했다. LG는 1994년 이후 약 29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시계는 계속해서 금고에 보관됐다.

그리고 2023년 11월 13일. 드디어 시계의 주인이 탄생했다.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 5차전에서 6대 2로 이겼다. LG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었다. 1990년, 1994년에 이어 29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86승 2무 56패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에 직행, 둘도 없는 적기를 맞은 LG는 염원하던 우승을 이뤄냈다.

우승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한국시리즈 MVP에는 오지환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 93표 중 80표를 얻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지환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3볼넷 8타점 6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오지환은 2차전부터 4차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3차전에 터진 그의 홈런은 시리즈의 향방을 완전히 바꿔놨다. 5대 7로 뒤진 9회 2사 1, 2루에서 오지환은 상대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려 8대 7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이 승리로 기세를 탔고 4·5차전을 연거푸 잡아냈다. LG는 4차전에서 홈런 3개 포함 장단 17안타를 몰아쳐 15대 4 대승을 거뒀는데, 오지환이 7회초에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때리는 등 매 경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승 후 선수들과 기쁨을 만끽하는 오지환. 연합뉴스

오지환은 LG를 오랜기간 지탱해온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던 그는 2년차인 2010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묵묵하게 견디고 특유의 성실함으로 팀의 주장도 맡아 팀원을 하나로 묶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는 25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는 등 특유의 장타력을 살려 데뷔 첫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이병규와 박용택의 대를 잇는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오지환은 선배들이 이루지 못하고 떠난 KS 우승의 한을 본인의 손으로 풀어냈다.

끝내 MVP까지 차지하며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만끽한 그지만, 구 전 회장이 남긴 시계 선물은 거절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시계를 실물로 보지는 못했는데 고민이 많다”면서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이니 내가 차기엔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뜻을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시계를) 구광모 LG 회장님께 드리고, 나는 다른 좋은 선물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좋은 시계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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