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시 소방본부, ESS 화재 진화장비 全無... 대형화재 무방비

(단독)인천시 소방본부, ESS 화재 진화장비 全無... 대형화재 무방비

기사승인 2023-11-22 11:11:09

인천시 소방본부가 리튬이온배터리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의 진화 장비를 갖추지 못해 대형화재 발생 시 대처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 소방본부 ESS 화재 진압 매뉴얼에 따르면 화재현장에 도착하면 선착대는 배터리와 연결된 전원시스템의 차단 여부를 확인한다. 폭발성 가스 상존파악과 발생 후 폭발위험 때문에 내부진입은 금지한다. 펌프차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방수와 물탱크 소화용수를 확보한다.

지휘차량 등이 도착하면 고성능화학차와 고가차, 무인방수탑차, 방수총 등을 전면 배치하고 인근 건물로의 연소확대 방지에 주력한다. 전소 이후에 유관기관 합동으로 최종 안전을 확인한다.

이 매뉴얼은 통상의 화재진압 매뉴얼과 달리 화재 진화가 아닌 화재 확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ESS 핵심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직접 진화할 수 있는 소화액이 없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는 지점(화원)에 소방용수 분사가 아닌 주변에만 소방용수를 분사해 화재 확산만 막는 셈이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대규모 산업시설 등에서 남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ESS는 태양광연계 354개, 풍력연계 26개, 산업시설 494개, 주파수 조정용 13개 등 모두 887개이며 인천 지역에는 태양광연계 31개, 산업시설 5개 등 36개다. 전국적으로 ESS 화재는 43건으로 경북 8, 경남 5, 전남 6, 충남 4, 전북 5, 충북 3, 경기 3, 세종 2, 울산 3, 강원 2, 제주 1. 인천 1건이다. 추정 재산피해액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인천지역 현대제철 내 ESS 건물에서도 지난해 9월 화재가 일어나 소방당국은 화재 2단계까지 발령했지만 직접 진화하지 못해 설비가 전소될 때까지 확산방지 작업만 했다. 설비 전소까지 13시간이나 걸렸고 추정 재산피해만 2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인천소방본부는 물론 국내 모든 소방당국이 ESS 화재 진화방법이나 장비가 없어 화재발생 시 진화가 아닌 확산방지 대책만 가지고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저장과 사용, 전력 그리드 안정성 향상, 전력공급 불안정성 보완, 비상상황 시 안정적인 전력공급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ESS는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데다 화재발생 시 뚜렷한 진화방법이 없다는 커다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소화액이 개발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화재를 직접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실정”이라며 “ESS 화재 시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천=이현준 기자 chungsongha@kukinews.com
이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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