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채 5개월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해 게임 룰조차 정해지지 않은 ‘깜깜이 선거판’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7석으로 동결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했지만 비례대표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1년 전에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24조는 무시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4개월여 만에 소위원회를 가동했지만 국민의힘은 비례 의석을 정당 득표율로 배분하는 ‘병립형’을 고집했고, 민주당은 ‘병립형’과 ‘연동형’ 중에 어느 걸 택할지 입장을 내놓지 않은채 준연동형을 존치하고 별도 입법으로 위성정당 출현을 막는 방안을 내세우며 맞서는 형국이다.
여야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승자독식 정치 풍토를 개선한다고 연동형 비례의석의 50%만 보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위성정당을 창당해 전체 비례의석 47석 중 36석을 거대 정당과 위성정당들이 독식하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번 총선도 신당 창당 세력이 준연동형제로 의석을 확보한 뒤 거대 양당과 합당하는 식의 '꼼수 위성정당' 시나리오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례대표제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최근 불거진 이른바 ‘조송(조국·송영길) 신당’의 향방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이 가닥조차 잡히지 못하면서 선거구 획정은 엄두도 못내는 형국이다. 11월12일부터 국외부재자신고가 시작되고 12월 12일부터는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이 이뤄져야 하는데 거대 양당의 ‘밀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스럽다.
내년 총선에서도 인구수 증감에 따라 국회의원 수가 변동되는 지역구가 생긴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인구가 늘어 지역선거구별 상한 인구(27만 1042명)를 초과한 선거구는 18곳으로 이들은 ‘분구’ 대상이 된다. 전북의 경우 전주시병 선거구가 28만 7348명으로 인구상한을 초과했다.
인구가 하한 인구수(13만 5521명) 아래로 내려가 지역구가 ‘합구’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도 11곳이 된다. 전북의 경우 익산갑은 13만 674명, 남원·임실·순창 13만 912명, 김제·부안 13만 1681명으로 이들 3개 지역은 인구 하한선에 미달한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전북 의석을 1석 줄여 9석을 전제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의석수 감축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 전북 14개 시·군 중 전주, 익산, 군산을 제외한 11개 시·군을 국회의원 인구 하한선 13만 5천 명에 맞춰 3개 선거구로 획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선거구를 변경하려면 시군을 이리저리 합치고 떼어내야 하는 상황인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선거 출마자가 본인 지역구 경계를 알지 못해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유권자는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자를 알지도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선거구 획정은 매번 선거일이 임박해야 타결됐다. 획정위가 출범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선 선거일 75일 전(국회 의결일 기준), 16대 65일 전, 17대 37일 전, 18대 47일 전,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에야 확정됐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현역과 정치신인들 간의 정치적 형평성도 제기된다. 현역은 4년 동안 의정활동, 예산확보 등을 통한 인지도를 높여 놓은 상황이지만 정치신인은 선거법 제약으로 선거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자연히 총선후보 공천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선후보를 권리당원과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인단 경선으로 선출하는 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이 결정되지 않으면 법률 위반으로 공천 무효 등 후폭풍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 행정구역, 지리 여건, 교통, 생활문화권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 인구비례로 결정되는 현 선거구 획정은 지역의 이익을 고르게 대변하지 못한다.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소멸이 가속하고 있는 농촌의 경우 지역 특성과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전북은 ‘국정 안정’과 ‘정권 심판’이 충돌하는 중앙정치권의 단순 구도보다 더 복잡한 양상으로 총선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정치권은 지난 8월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의원들이 최약체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민주당이 대규모 현역 교체에 방점을 두고 있어 중진부활론과 정치세력 교체론 등 복잡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도세가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전북의 선거구 축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북 정치권은 새만금 예산 삭감처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졸지에 선거구가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거구 획정도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라 마냥 지연되지 않고 조속히 확정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