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감소’에 흔들린 증권사, “IB·기타수수료 성장할 것”

‘실적 감소’에 흔들린 증권사, “IB·기타수수료 성장할 것”

국내 대형 5대 증권사, 3분기 당기순이익 7338억…전분기 대비 11.4%↓
4분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확산 우려, 잠재적 자금 유출 가능성도
투자업계 “내년 1분기, 거래대금 증가에 수익률은 증가할 것”
부진했던 IB 및 기타수수료 부문도 성장세 전망

기사승인 2023-11-30 06:00:45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국내 증권사들이 상반기 견고한 실적을 선보였으나 하반기는 이에 미치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 3분기 저조한 실적 시현에 이어 4분기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자본시장 활기가 살아나는 점과 내년 연초 계절적 호재 요인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수익률은 상승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특히 극심한 부진을 겪은 투자은행(IB) 부문이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국내 대형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7338억원으로 직전 분기에 기록한 8285억원 대비 11.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8.2% 늘었다.

교보증권

해당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이유는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일평균거래대금 상승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이익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이자수익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서다. 그러나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다. 이는 금리변동성 확대로 운용소익이 크게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 또 IB 및 자산관리부문은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769억원으로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4%, 26.3% 급감했다. 당시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의 침체 영향이다. 이외에도 기업금융수수료와 운용손익, 이자손익 감소도 발생했다.

특히 해외투자자산 평가손실이 컸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했다. 이에 대해 남영탁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매각 손실 600억원, 프랑스 마중가타워 손상차손 400억원 등 부동산 관련 손실과 CJ CGV 전환사채 발행 당시 흥행 실패로 100억원대의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마지막인 4분기 실적 전망도 녹록지 않다.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이 확산될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후순위성 브릿지론 등의 자산을 중점적으로 취급해 타격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우발부채 현실화를 감안할 경우 잠재적인 자금 유출 가능성도 증가한 상태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여파에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 지난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준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근원 CPI까지 시장 예상치를 밑돈 상승률을 기록해 물가 둔화 조짐을 확인하면서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서 오는 시장금리 안정화는 자본시장 내 온기를 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지난 몇 년 동안 증권사들이 노력해 온 사업다각화 및 자본력을 바탕으로 증권업은 자본시장 회복 실적 개선이 가장 빠른 업종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업종이 내년 연초부터 계절적 호재 요인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사례를 봐도 증권업종인 1분기에 상대적으로 코스피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통상 연초에는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과 배당락 매도 물량이 유입돼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양상을 띤다. 

IBK투자증권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지수는 거래대금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증시 상승 시 코스피 대비 높은 상승폭을 보인다”며 “계절적으로 증권업 지수는 지난 10년간 연초 1~4월에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양호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개선된 배당 절차는 1월 거래대금 증가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상법 유권해석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배당액을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기업과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은 해당 개선방안을 채택했다. 

1월 증권업 지수 수익률은 전년 12월말 종가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의 배당락일이 내년으로 미뤄질 경우 1월 증권업 지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우 연구원은 “그러나 증권업 지수 상승에 주요한 영향을 주는 거래대금 추이는 증시 상승 기대감을 더 크게 반영한다. 그 때문에 배당락으로 인한 자금 유입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3월에 배당이 된다면 1~2개월 전부터 배당 관련 수급이 유입될 수 있어 1월 거래대금 증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의 내년 전망 중 고무적인 것은 올 한해 부진을 이어갔던 IB 부문을 포함한 기타 수수료 수익이 증대될 것으로 평가되는 점이다. IBK투자증권은 대형 5대 증권사의 내년 IB 및 기타 수수료 수익이 1조3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할 것으로 봤다. 현재 부동산 PF의 경우 우량 사업장 위주로 신규 딜이 진행되는 점에서 내년에는 부동산 PF 관련 수익 소폭 회복과 전통 IB 수수료 증가를 예상했다.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자본 대비로 각각 40.7%, 31.5%의 비교적 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을 가지고 있다. 문제가 되는 증권사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후순위·지분투자 규모는 자본 대비 8.8%에 그친다. 

우 연구원은 “증권사의 2024년 이내 해외 상업용 부동산 만기 도래 규모는 3조7000억원으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 인식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주요하게 문제가 되는 사업장 익스포저는 적은 것으로 집계된다. 대형사 이익체력으로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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