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물가 하락 속도가 기대보다 더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용상승 충격을 내리 누르고 있던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오르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더디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한국은행은 1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전쟁 등으로 비용압력이 누증됐던 데다 올해 중반 이후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며 “당초 예상보다 파급 영향이 오래 지속될 수 있어 향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의 분석 결과 10월 기준 최근 3개월간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2.0%로 미국(1.1%)과 유로 지역(0.9%)을 상회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0.7%p 반등(6월 3.0% → 9월 3.7%)한 후 10월(3.2%)에는 다시 낮아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7월 2.3%에서 10월 3.8%로 약 1.5%p 높아졌다. 국제유가 상승, 기저효과 소멸 등이 물가 반등 배경이 됐다.
한은은 “그간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둔화해 왔으나, 주요국과 달리 반등 시점에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10월 상승률이 미국과 유로 지역에 비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지난해 억제된 전기·가스요금,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 지원 여파가 돌아올 경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전기·가스요금은 주요국에 비해 인상 폭이 제한되며 지난해 물가 급등을 완화했지만, 인상 시기가 이연되며 파급 영향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현행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될 경우에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돼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