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년 경영계획 ‘고심’…상생금융·ELS ‘변수’

은행권, 내년 경영계획 ‘고심’…상생금융·ELS ‘변수’

기사승인 2023-12-03 11:00:02
5대 은행 본점.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은행권이 고심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와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결과다. 더욱이 실적 감소까지 예상되고 있어 일부 은행에서는 비용절감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은 내년 경영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통상 은행들은 11~12월 경영계획을 마련해 다음해 1월 경영전략회의 등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전파한다. 

은행들의 고심은 일단 내년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에서 출발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올해 보다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올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을 21조6000억원으로 보고 내년에는 이 보다 줄어든 19조6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국내은행의 이자이익 성장이 멈출 것으로 보면서 신규연체비율이 상승하는 등 대손비용이 늘어나 당기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내년 국내은행의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이익을 대신해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오히려 홍콩H지수 연계 ELS를 신탁에 담아 판매한 상품의 대규모 원금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비이자이익 영업 확대는 더 위축되고 있다. 이미 5대 은행은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를 중단했다. 

특히 당국의 불완전판매 조사 결과 은행에 배상 책임이 부과될 경우 막대한 추가 비용지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다. 기초 자산인 홍콩H지수의 추가 상승이 없다면 내녀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전날 “문제가 되는 것은 불완전판매로, 상품 구조에 대해서 사는 사람은 물론 파는 사람조차도 이 상품 구조를 모르고 판매한 것이 상당히 있다”며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 이번에 조사를 할 계획이고, 문제가 많이 된다면 추가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도 은행이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은 정부의 요구에 최대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과 함께 은행권 민생지원 TF를 구성해 기존 대출금리가 5% 이상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하는데 고심이 많다”며 “상생금융과 ELS 문제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고, ELS의 경우 당국이 은행의 손실 분담을 강조하고 있어 변수가 너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는 비용절감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상황이 암울한 만큼 재무파트가 보수적인 입장에서 각 사업의 비용절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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