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염기훈 감독대행 “선수들 최선 다했지만, 내가 부족했다” [K리그]

고개 숙인 염기훈 감독대행 “선수들 최선 다했지만, 내가 부족했다” [K리그]

기사승인 2023-12-02 18:22:06
강등 직후 고개를 숙인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 대행. 프로축구연맹

“구단에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수원 삼성과 강원FC는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 파이널라운드B(하위 라운드) 맞대결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간 11위였던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1대 1로 비겼다.

이로써 강등권 최종 순위는 10위 강원(승점 34점), 11위 수원FC(승점 33점), 12위 수원(승점 33점)으로 마무리됐다. 최하위 수원(35골)은 수원FC(44골)와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9골이나 밀려 최하위가 확정, 자동 강등됐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쳐왔다. 역대 성적으로도 K리그1 4회, FA컵 5회, 리그컵 6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거두며 K리그 최고의 명문팀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모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하위권을 멤돌았다. 지난 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에 승리해 간신히 강등을 면했지만, 올해는 감독을 두 차례나 바꾸는 촌극 끝에 결국 홈에서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경기가 끝나고 염기훈 감독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선수들도 운동장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선수단과 팬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이어 “경기를 하다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항상 발생한다. 우리도 강원을 분석했다. 어떻게 보면 내 부족함이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나왔다.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건 내 잘못과 부족함이 크다”고 자책했다.

염 감독 대행은 구단의 추락 이유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꼽기엔 너무 힘들다. 가장 큰 이유 하나만 꼽자면 선수단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선수단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팀 내 변화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짚었다.

또 그는 “스쿼드에서 차이가 크다. 내가 처음 왔을 땐 이름 있는 선수도 많았고 예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악해졌다. 지금도 선수들은 열심히 하지만 더 이름 있고 좋은 선수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염 감독 대행은 “선수 영입 카드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영향이 없다고 말씀은 못 드릴 것 같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팀이 이렇게 됐다는 것 자체로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대행. 프로축구연맹

염 감독 대행은 2010년 팀에 입단해 13년 가까이 수원을 떠나지 않은 구단의 레전드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고려했지만 팀의 만류에 플레잉 코치로 한 시즌을 더 동행했다.

하지만 올해 이병근 감독과 김병수 감독이 차례로 경질되자 염 감독 대행은 지난 9월 팀의 소방수로 감독 대행직을 수락했다. 염 감독 대행은 지휘봉을 잡고 7경기에서 3승 2무 2패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초반 부진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강등이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대행 임무를 맡은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후회는 절대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려는 게 보여 고마웠다. 수락한 이유도 분명했다. 나라도 뭔가 구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랐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왔지만 팀을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었다. 열심히 해준 선수들의 모습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힘든 상황이지만 다시 일어서고 K리그1에 복귀할 거라 믿기에 힘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불명예스럽게 선수 생활을 마친 염 감독 대행이다.

염 감독 대행은 “지난해 은퇴를 하려 했다가 플레잉 코치를 했지만 항상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수원에서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많은 사람이 안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해왔다.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하지만 앞으로도 더 수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잘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멀리서도 응원하겠다”고 얘기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크다. 어디서 다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꿈은 계속 가지고 나갈 것이다. 향후 일은 다시 구단과 이야기해야 한다. 수원이든 어디든 지도자의 삶을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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