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하거나 수입으로 대체”…정착 힘든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수출하거나 수입으로 대체”…정착 힘든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허가 지연 등으로 해외 수출 모색
정부 지원 중단 시 공급 문제 우려
식약처 “임상·허가 검토 지속 진행”

기사승인 2023-12-05 06:00:51
쿠키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국산 치료제·백신 허가 소식이 전무하다. 관련 제품을 개발하던 업체들이 한국을 등지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1월 기준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으로 허가 받은 국산 제품은 0건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등 코로나19 제품 개발에 주력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지난해부터 긴급사용승인 및 허가를 신청하고 있지만 승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일부 제약사들은 국내 허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대책안을 찾아 나섰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범용 항바이러스제인 ‘제프티’의 코로나19 긴급사용승인 결과를 6개월째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시작해 임상 2·3상을 차례로 마치고 올해 6월 질병관리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지난달엔 제프티를 승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식약처에 전달하기도 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조여 오는 경영난에 묵묵부답인 질병청과 식약처를 뒤로 하고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렸다.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통해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제프티를 공급하는 계약을 협의 중이다. 해외 연구를 위한 자원 조달도 추진한다. 지난달 11일 미국 자회사를 연계해 신약개발기금재단 PAD 이니셔티브(Pandemic Antiviral Discovery initiative)에 ‘미래 팬데믹 대비 범용 항바이러스제 연구개발자금’ 지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성명서, 입장문 등 제프티의 승인 요청을 정부에 여러 차례 밝혔지만 아직 응답이 없다”며 “우선 방글라데시와 네팔 등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제3세계 국가에 제프티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PDA 펀딩으로 글로벌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허가된 국산 의약품들마저 국내 정착은 실패했다. 2021년 최초의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를 개발했던 셀트리온은 허가된 지 1여년 만에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효과 미비로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수출로 돌아선 바 있다. 최근에는 변이바이러스를 겨냥한 코로나19 치료제(개발명 CT-P63)를 개발해 기존 치료제와 병용하는 해외 임상연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백신 상황도 다르지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허가 받고 질병청과 1000만회분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1년도 안 돼 나타난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효능·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명을 받았다. 정부는 애초 구매한 61만회분 외엔 추가 구매를 멈췄다.

이에 SK바사는 스카이코비원 국내 생산 중단을 선언했고, 올해 들어서는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변이 백신 ‘뉴백소비드’를 대리 공급하기로 정부와 재계약했다. 그 사이 SK바사는 스카비코비원의 영국 허가를 취득했고, 해외 수출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쓰는 국산 코로나19 의약품은 한 건도 없다.

이같은 사안들은 향후 국가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내년부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중단될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수입품만 남게 된다면, 재정 부담은 커지고 공급망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팍스로비드는 내년 상반기부터 건강보험으로 전환돼 개인이 부담해 사용해야 한다”며 “한 팩에 63만원 정도로 정부 재정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허가 제품은 모두 해외 약물이라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지면 의약품 품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산 제품의 검토를 빠르게 마치고 약물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식약처는 백신, 치료제에 대한 임상 및 허가 검토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계의 비밀보장을 위해 허가 심사 중인 제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 “허가사항에 대해서는 꾸준히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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