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출신은 별로” “여대 애들은 적응 못해”…여전한 여대 차별

“여대 출신은 별로” “여대 애들은 적응 못해”…여전한 여대 차별

기사승인 2023-12-11 06:00:02
지난달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대 출신 이력서는 무조건 거른다” 글이 올라와 논란을 불러왔다. 블라인드 캡쳐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여대 출신은 거른다”는 글이 논란이 되며 한국 사회에 퍼진 여대 혐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정 집단을 차별하고 혐오하기보다는 함께 힘을 합쳐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여대 출신 이력서는 무조건 거른다”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한 부동산 신탁회사의 실무자임을 밝히며 “여자라고 무조건 떨구진 않는데 여대 나왔으면 그냥 자소서(자기소개서) 안 읽고 불합(격)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글엔 “안타깝지만, 우리 회사도 그렇고 아는 회사도 여대면 거르는 팀이 많다”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출신 학교와 업무 능력을 연결해 평가하는 건 직장 내 괴롭힘 등 법적 처벌 대상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사업장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는 특정 기업체에서 여대 출신 구직자에게 채용 상 불이익을 준다는 신고가 나흘간 2800건이 접수됐다며 실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여대 출신 직장인들은 채용 과정에서 여대 차별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했다. 한 대기업의 인사팀에 근무하는 김연아(34‧가명)씨는 “현재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예전처럼 대놓고 여대를 차별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이전엔 일부러 점수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블라인드 채용이 자리 잡고, 성차별 채용 시 사측이 지는 리스크가 커지자 채용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여대를 차별하는 문화는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서류 단계에서 여대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배제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김세정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규모가 큰 기업 등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기업 규모가 작거나 채용 단계가 비교적 단순한 곳에서는 출신 학교를 기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인드 채용이어도 서류 접수 단계에서 전공을 확인하기 위해 출신 학교를 기재하는 경향 이어지고 있다”라며 “여대 출신 이력서를 거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여대에만 붙는 꼬리표…“여대 애들은 왜 그래”

여대 출신 직장인들은 채용 과정보다 더 힘든 건 직장 내 차별적 언사라고 토로했다. 임영아(31‧가명)씨는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로 “여대 출신 ○○이가 별로라 여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와 “여대 애들은 우리 회사에 적응을 잘 못하더라”를 꼽았다. 임씨는 “남녀 공학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출신 대학으로 비난하거나 지적하는 경우는 본 적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특정인을 언급하고 싶으면 그 사람에 대해 말하면 되지, 굳이 출신 대학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말하는 건 웃기다”며 “심지어 같은 학교도 아니고, 여대라고 묶어서 언급하는 게 상당히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출신 학교를 업무 능력과 연결하는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정 노무사는 “해당 발언들을 살펴보면 특정 성별과 집단이라면 응당 이럴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출신 학교나 출신 집단을 업무 능력과 연결하는 건 성차별 발언에 해당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더 나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정부가 혐오와 차별 표현에 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첫 총리 취임 후 남녀 동수 내각을 발표하는 등 이미 유럽과 서구권은 국가의 더 큰 번영을 위해 성평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서구권 국가들은 평등해질수록 사회가 더 발전하고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이런 보고서를 만들고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대 등 특정 집단을 미워하고 비난할 게 아니라 같이 힘을 합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직 상 불이익 및 직장 내 성차별 등은 고용노동부의 익명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퇴직, 해고, 승진, 임금 등만 다투는 것이 아니라 고용상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까지 함께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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