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결혼·출산에 늘어나는 난임…“제도적 지원 뒷받침돼야”

늦어지는 결혼·출산에 늘어나는 난임…“제도적 지원 뒷받침돼야”

기사승인 2023-12-12 15:18:25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우리의 미래, 난임과 가임력 보존: 벼랑 끝에 선 저출산 위기, 가임력 향상을 위한 해법은?’이란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신대현 기자

늦은 결혼으로 출산 연령이 늘며 난임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난임 치료 이전에 가임력을 보존해 난치성 난임을 예방하는 ‘가임력 보존’이 상대적으로 사회적·정책적 관심 밖에 놓여있다. 저출산 상황에서 잠재적 난치성 난임 환자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가임력보존학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우리의 미래, 난임과 가임력 보존: 벼랑 끝에 선 저출산 위기, 가임력 향상을 위한 해법은?’이란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난임 환자는 꾸준한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지난 2018년 12만1038명에서 2022년 14만458명으로 16%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3.8%다. 최근 5년 새 난임 시술을 받는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난임 시술 환자 중 50세 이상 환자는 1514명으로 2018년 대비 194.6% 늘었다. 45~49세 환자는 9319명으로 같은 기간 112.4% 증가했다.

저출산과 함께 난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 2017년부터 난임 치료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아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난치성 난임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가임력 보존은 외면받는 실정이다. 임신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가임력을 보존하는 치료는 가임력 저하가 심화되기 전에 임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의학적 처치를 일컫는다. 가임력 보존 적용이 필요한 환자군에는 △항암치료를 받은 암 환자 △자궁내막증 등 양성 난소질환자 △염색체 이상, 조기 난소 부전 환자 △자가면역질환자 △35세 이상 여성 등이 있다. 

가임력 보존 방법에는 난자·배아·난소 동결 등이 있지만 전액 비급여로 개인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어 치료하고 있다. 선별 검사를 통해 잠재적 난치성 난임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가임력 보존에 대한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이정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한번 저하된 난소 기능은 절대 회복되지 않는데, 난치성 난임을 예방하는 가임력 보존은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나 정책적 고려에서 주목받지 못한다”며 “가임력 보존은 의료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으며, 국가에서 가임력 보존을 지원하는 제도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선별 검사를 통해 가임력이 저하된 잠재적 난치성 난임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가임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잠재적 난임 환자를 선별해 난자 동결 등의 방법을 이어가면 이들의 가임력을 보존하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자·배아·난소 동결 치료에 급여를 적용하고 젊은 나이에 난임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강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나이와 가임력이 밀접한 연관이 있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난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며 “가임력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면 궁극적으로 출산율 증가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난임 지원 제도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진단도 나왔다. 회사에서 근로자가 난임 시술을 위해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연 3일 이내(최초 1일 유급)의 휴가를 부여하는 ‘난임 치료 휴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단 지적이다. 또 국가 난임부부 지원 사업 대상을 가족 수별 건강보험료 기준 중위 소득 대비 180% 이하인 가구로 정하는 등 지원정책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가 있어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단 의견이다.

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은 “난임 환자가 편안한 상황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난임 치료 휴가 기간을 늘리고, 직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난임 치료 시 건강보험 적용 시술 횟수를 확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난임부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난임 치료 지원 범위가 거주 지역에 따라 격차가 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국가지원 사업을 다시 중앙정부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단 주장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지자체별로 난임 지원정책이 상이하다. 난자 동결 지원 등이 가능한 지자체가 있는 반면 이런 지원 자체가 없는 지자체도 많다. 보건소도 무료 난임 검사가 가능한 곳이 지역별로 나뉜다”며 “국가적인 위기인 초저출산 해결을 위해 지자체 난임 지원 사업을 국가지원 사업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패널토론에서 △남성도 난임 치료 지원 △보조생식술(난임시술) 건강보험 급여 적용 횟수 확대 및 폐지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 건강보험 지원 △난임 치료 직장 휴가 기간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가임력 검진의 경우 남성과 여성에 동일하게 지원돼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지만 의견이 분분하다”며 “단순 가임력 검진은 질병과 직결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 지원하기엔 고려할 점이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불가항력적 사유로 가임력을 상실한 환자에 대해선 가임력 보존을 지원한단 큰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내년부터 여성에게 임신 전 초음파검사를, 남성에겐 정액 검사를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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