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여전히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 범죄가 이전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모든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재발을 막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 경남 사천시에서 발생한 인질극은 스토킹 재판 중인 가해자의 보복 범죄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사천시 한 아파트에서 흉기를 들고 인질극을 벌인 20대 남성은 스토킹 소송 중 불만을 품고 피해자에게 보복 범행을 한 것이다. 가해자는 지난 9월 직장 동료인 피해자의 스토킹 신고로 지난 9~11월 ‘100m 접근금지 및 통신이용 접근 이용금지’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가 안전조치 연장을 원하지 않아 종료된 사실이 알려지며, 현행 제도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스토킹 예방과 방지를 위해 피해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제도 중 하나다. 경찰→검사→법원 승인(사전)절차를 거쳐 1호 서면경고, 2호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4호 유치장 유치에 처할 수 있다.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우려가 있을 때 내려지는 긴급응급조치도 있다. 경찰이 선 조치로 100m이내 접근 금지를 명령하고 검사→법원승인(사후)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문제는 경찰 직권으로 긴급응급조치를 실시하거나 법원의 승인을 받아 잠정조치를 내려도 처분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결정된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은 11%, 같은 기간 잠정조치 위반율은 8%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잠정조치 위반 시 징역3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과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는 스토킹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에서 법을 개정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먼저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의 인용률이 매우 낮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접근금지에 비해 사람을 구속하는 4호에 대한 인용률이 낮은 편”이라며 “이는 법원의 인권 보호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실제 피의자를 수사하고 면담한 경찰과 검찰은 상황이 심각하고 재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반면 법원은 범죄의 잔혹성, 즉각적인 위험에 대한 정황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4호를 인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에 대한 보복 감정이 큰 가해자들을 형사처벌로 억지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윤 위원은 “가해자가 잠정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 될 수 있다는 법 규정을 인지해도, 피해자에 대한 보복과 원망의 감정이 최고조이면 ‘그냥 잡혀서 죽고 말지’라고 생각한다”라며 “(법 개정으로) 범죄를 완벽히 억제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음달부터 피해자 보호 조치로 시행되는 전자발찌 부착도 실효적인 수단이 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제도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피해자에게 위치 정보를 문자로 전송해주는 시스템이다. 윤 위원은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부착하는 것이 피해자 보호 조치로 제도화 된 것은 맞지만 실제 형사 실무상에서 기존에 작동하고 있던 원리원칙들이 함께 들어가기에 실효적인 수단으로 완벽하게 작동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치장 유치도 상당히 많이 기각되는 형국이기에 법원은 전자발찌에 굉장히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판단해 기각될 가능성도 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