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생명 신임 대표이사(CEO)로 내정됐다. 신임 대표는 삼성금융그룹과 생명보험업계 내에서 삼성생명 자리를 공고화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일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삼성생명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홍 내정자를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홍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생명에 입사해 인사팀장 상무·전무, 특화영업본부장 전무·부사장, 전략영업본부장 부사장, FC영업1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20년 12월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본부장 부사장으로 이동, 2021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를 2년 넘게 앞두고 자리에서 결국 내려오게 됐다. 그 배경에는 삼성생명-아난티 간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 영향이 없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리조트 업체 아난티가 부동산을 매입한 지 두 달도 안 돼 삼성생명에 훨씬 비싸게 되팔면서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아난티는 지난 2009년 호텔을 매입한 지 두 달도 안 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땅과 건물을 삼성생명에 매각하며 2배 넘게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생명 전 임직원들이 아난티와 유착해 해당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아난티 측은 그 대가로 회삿돈을 횡령해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건넸다고 의심한다. 전 대표이사는 당시 투자심의위원 중 한 명이었다.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새로운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삼성금융그룹 내 맏형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처지다. 삼성생명은 삼성금융그룹 내부에서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동생’ 격인 삼성화재에게 1위 자리를 내어줬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지배기업주주지분) 1조6433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4497억원으로 삼성화재보다 뒤쳐졌다.
맹렬히 추격 중인 경쟁사도 따돌려야 한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이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앞세워 1위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한화생명이 거둔 신규 CSM은 1조856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490억원) 대비 49% 늘었다. 생보사 ‘빅3’ 중 가장 큰 성장세다. 삼성생명의 경우, 3분기 누적 신규 CSM은 2조7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CSM은 보험 계약에서 예상되는 미래의 이익을 나타내 보험사의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중요 지표다. 특히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종신보험 납입기간을 기존 10~20년에서 10년 이하로 줄인 상품)을 두고 설계사들에 높은 시책비(판매 추가 보너스)를 내걸면서 치열한 실적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한화생명이 지난 6월 일시적이긴 하지만, 삼성생명을 매출 부문에서 앞서기도 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5월 GA 인수합병 TF를 구성했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량 GA 인수·지분 투자·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분리)’도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 나온다.
운용자산이익률은 업계 1위 위상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삼성생명의 3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5%다. 전년 동기(3.1%) 보다 소폭 올랐다. 경쟁사들의 경우 △교보생명(4.05%) △한화생명(2.76%) △신한라이프(2.95%)다.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비교적 높아 금리 위험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보험료적립금 중 장기 고금리확정형(4.5% 이상 및 10년 이상) 비중은 28%로 업계 평균(27%) 대비 소폭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장기 고금리확정형 보유계약으로 인해 금리 하락 시 자기자본 감소 및 K-ICS 비율 하락 가능성이 내제돼 있다”면서 “금리위험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