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생방송 허용을 두고 홈쇼핑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홈쇼핑 산업이 송출수수료 부담, 시청자 이탈 등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생방송 규제를 허용한다면 TV채널 난립으로 업계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사업자 간 과도한 경쟁은 시장 과열을 초래해 결국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4일 현재 TV홈쇼핑은 7개사, T커머스는 10개사로 총 17개 채널이 있다. T커머스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TV에서 리모컨으로 상품을 골라 구매·결제할 수 있는 방송 서비스다.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T커머스 업계는 TV홈쇼핑처럼 생방송을 허용하고, 방송 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 측은 T커머스 생방송을 허용하게 되면 송출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가 출범할 때부터 홈쇼핑과의 구분을 위해 VOD 형태로 시작된 것”이라며 “생방송을 허용하게 되면 채널 경쟁이 심해지고 송출수수료 부담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가 매년 늘어나며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 주요 현황’에 따르면 홈쇼핑 12개(TV홈쇼핑 7개·T커머스 5개)사가 지난해 유료 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4148억원이다. 이는 2021년(2조2490억원) 대비 7.4%(1658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치다.
업계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컨퍼런스하우스에서 한국방송학회 열린 ‘소비자 후생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홈쇼핑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데이터홈쇼핑의 라이브방송 허용은 데이터홈쇼핑의 설립목적과 2021년 재승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데이터방송 라이브 방송 허용은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과다경쟁을 초래해 송출수수료 인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중소납품업체와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사회적 비용증가를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한 목소리로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홈쇼핑사 관계자는 “별개의 사업권이 동일한 서비스로 변질돼 종국에는 특정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특혜를 주는 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유료방송, 중소기업 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 변경인 만큼 정부는 시간을 두고 사업자와 충분히 소통해 갈등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