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3일(현지시간)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면서 미 증권가에서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 여파는 한국에도 미치며 코스피가 단숨에 2540을 넘기고 2일 연속 상승 마감하는 등 그간 끊임없이 불어왔던 경제 한파에 맞서는 ‘훈풍’이 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3일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가 유지됐으며, 9·10월에 이어 세번째 동결이다.
연방공개시장위는 성명에서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발표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피벗)을 시사하며 놀라움을 안겨줬다. 파월 의장은 “언제부터 긴축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연준 이사들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4.6%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3개월(5.1%) 전보다 낮춰잡은 수치인데, 내년 중 최소 세 차례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같은 연준의 결정에 미 증시는 즉각 상승세를 이어갔다. 14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7.59p(0.19%) 뛴 14,761.56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8.11p(0.43%) 오른 37,248.35로 거래를 마쳤다. 증시 훈풍은 한국의 증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9.38p(0.76%) 오른 2563.56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4일에 이어 2연속 상승이다.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시사에 더해 피벗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 연준의 동결로 한은은 양국 금리 격차가 현재 2.00%p보다 더 벌어져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압박이 커지는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한은은 미 연준처럼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언급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고물가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월 3.7% △10월 3.2% △11월 3.1%로 점차 낮아진 반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2.7%) 저점을 찍은 뒤 3%대로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한은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안정이란 것을 감안한다면,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였다가 물가인상률이 다시 상승하는 것을 겁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은은 미 연준의 변화에도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14일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현재로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는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책방향에 변화가 있지 않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기존 전망(3분기 금리인하)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상반기 급격한 경기 둔화가 없을 수 있어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소비지출 여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미국은 5∼6월쯤 금리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은 환율 등 변수가 없다면 Fed가 금리를 내린 뒤인 7월쯤 인하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