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며 ‘쌍특검법’ 재의결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빠른 시일 내에 재의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표결에 유리한 타이밍을 고르는 중이다.
앞서 민주당은 정의당과 손잡고 지난달 28일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쌍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침을 내세웠다. 대통령실은 쌍특검법 통과 직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의원(298석)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199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재심의 후 가결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현재 의석 구도라면 ‘김건희 특검법’도 앞선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과 같은 수순으로 최종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112석)이 이미 재적 의원의 3분의 1(99석)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민주당(167석)과 정의당(6석), 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11석) 등이 전부 가결 표를 행사한다고 해도 15석 부족하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쌍특검법은 경우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 표’ 변수 때문이다. 재표결의 경우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이달 중순쯤 진행될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 대상이 된 현역 의원들이 반발 표를 던지면 쌍특검법은 가결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재의결 시점을 고심 중이다. 국회법상 재표결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7일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여당의 공천 학살이 시작되면 야당은 라이트타임을 계산해서 ‘쌍특검법’이 통과 가능성이 있을 때 재상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총선 후보 공천 이전 서둘러 재의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정리를 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이 특검법 재의결 시점을 미루기 위해서는 여야 간 추가 본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경우 특검법 재의결은 자연스럽게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해 온다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포함해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재표결 시 중요한 것은 분모수다. 기준이 재적 의원이 아닌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기 때문”이라며 “여당에서 공천 학살 등으로 이탈이 발생하게 되면 본회의 불참자가 발생해 분모수가 줄어들거나 반발표가 생길 것이다. 민주당은 그 타이밍을 노려 재의결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