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경호 사각지대 문제가 제기됐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60대 남성에게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한 뒤 쓰러졌다. 피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와 형사 등 경찰관 41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날 배치된 경찰 병력은 안전 관리와 질서 유지 등에 초점을 맞추어 주로 경비·형사로 구성됐다.
현행 제도상 이 대표는 경찰의 ‘경호’ 대상이 아닌 ‘보호’ 대상이다. 경찰청 훈령인 ‘요인보호규칙’ 등에 따르면 평시 경호 대상은 전·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선 후보 등이다. 정당 대표 등 정치인은 정당 측의 요청이 있으면 경찰의 근접 ‘보호’가 이뤄진다. 통상적으로 각 당에서는 지도부 공개 일정 등에 사설 경호팀을 둔다.
특정 정치인을 노린 ‘테러’는 선거철마다 꾸준히 발생했다. 앞서 2006년에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신촌에서 지방선거 유세를 하다 피습되어 얼굴에 자상을 입었다. 지난 2022년에는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둔기로 머리를 맞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되풀이되는 ‘정치 테러’에 경찰의 요인 경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이번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정치인 경호 강화 대책을 내놨다. 주요 정당 당 대표 등 ‘주요인사 전담보호팀’ 구성하고 관할 서장 등 지휘관의 현장 책임지휘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번 경찰의 대책 또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 경호 강화는 법적인 문제가 있어 시간이 걸린다”며 “향후 (공개 일정 등에서) 지지자나 일반 시민과의 접촉을 지금보다는 줄일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지도부 내에서 나오는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는 앞으로 정치 양극화로 인해 ‘정치 테러’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호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극단적 진영대결 정치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더 큰 피습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선거철만큼은 경호 범위를 더 확장해야 한다. 특히 주로 표적이 되는 각 당 대표, 선거대책위원장, 공천관리위원장 등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