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자구책 기대 한참 못 미쳐…금감원·산은 ‘작심 비판’

태영 자구책 기대 한참 못 미쳐…금감원·산은 ‘작심 비판’

이복현 원장 “채권단 입장에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
강석훈 회장 “대단히 실망스러워…약속한 자구계획 이행 안 해”

기사승인 2024-01-05 10:56:2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관리당국인 금융감독원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전날 발표한 자구계획에 대해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태영그룹은 3일 채권단을 대상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다만 대영 측이 내놓은 자구안에는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원장은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자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도 진행했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과 관련해서는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당초 약속한 1549억원 중 실제로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원도 회사가 받은 매각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SBS 매각에 소극적인 자세도 비판했다. 그는 “태영 측이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 방송법을 언급했는데 일부 수긍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그게 굳이 핑계와 명분이라면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태영홀딩스는 상장법인이고 상당한 지분을 오너가 가지고 있으니 지분을 활용한 현실성 있는 유동성 제공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3일 여의도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산업은행 제공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 주채권 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태영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블루원 지분 관련 자금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TY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태영 측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는 원래 약속한 조항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촉구했고 그에 대한 확약을 오늘 채권단 회의에서 공표해주길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쉽게도 채권단에 태영 측은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강 회장은 “구체적인 자구안이 없는 워크아웃 계획안은 채권단 75%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며 “간곡하게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그에 상응되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개최된다. 채권단의 분위기가 냉랭한 만큼 이 때까지 태영그룹 차원의 추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이 불발되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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