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제약 애증의 파이프라인 ‘GV1001’…알츠하이머로 극복할까

삼성제약 애증의 파이프라인 ‘GV1001’…알츠하이머로 극복할까

젬백스로부터 기술이전 후 췌장암 임상 고배
알츠하이머병 국내 임상 3상 IND 계획 변경 재신청
“시장 가치 극대화 위해 상품화 계획 수립 중”

기사승인 2024-01-10 14:00:02
삼성제약 연구소 전경. 삼성제약

 

삼성제약이 10여년째 파이프라인 ‘GV1001’의 상업화 기회를 노리고 있다. 췌장암 임상시험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지난 8일 삼성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의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변경된 시험계획엔 중등도 및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750명을 대상으로 GV1001 1.12mg을 6개월 투여한 후 중증장애점수(SIB) 및 전반적 임상 평가(CIBIC-plus) 결과를 통해 위약 대비 우월성을 확인하는 프로토콜이 포함됐다.

기존과 달라진 점은 투약 용량군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기존 임상에서는 GV1001 투여군을 0.56mg과 1.12mg 두 개 군으로 나눴지만 변경된 임상에서는 1.12mg 투여만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임상환자 수도 936명에서 750명으로 줄었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이번 변경 신청은 GV1001 1.12mg 고용량 투여군에서 큰 효과를 나타낸 2상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권고를 받아들인 결정”이라며 “용량에 따른 투여군 간 차이가 있어 임상환자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제약은 임상계획 변경으로 보다 빠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식약처의 승인을 받게 되면 임상시험 기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돼 상업화까지 이르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결정은 회사의 불안정한 경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제약은 2014년 이후 약 10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로부터 췌장암 치료제 GV1001의 국내 판권을 이전 받아 흑자 전환을 꿈꿨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2014년 조건부 허가 뒤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못해 2020년 식품의약품으로부터 취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제약은 지난해 6월 다시 젬백스의 GV1001 국내 판권을 매입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국내 상업권을 갖는 1200억원 규모 계약이었다. 일각에서는 젬백스 그룹 내 자전적 거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젬백스와 삼성제약의 대표이사가 김상재 젬백스그룹 회장으로 동일하다는 점 때문이다. 젬백스는 삼성제약의 최대주주(지분율 10.46%)이기도 하다. 양사는 이에 대해 “법인이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제약은 이번 알츠하이머 임상 3상으로 인해 부채가 늘어날 예정이다. 최근 삼성제약은 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임상시험 관련 인건비 30억원과 기타 판매관리비 47억원을 제외한 320억원을 GV1001 임상시험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제약과 젬백스 측은 GV1001 임상이 연이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상업화에 들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젬백스 관계자는 “중간에 행정적 차질이 빚어져 허가가 취소됐던 췌장암 적응증 관련해서도 임상3상을 완료하고 유효성을 입증했다”이라며 “알츠하이머병 임상 3상도 좋은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질환을 적응증으로 먼저 허가를 받을지는 내부 논의 중”이라며 “GV1001이 췌장암 신약으로 먼저 나올 경우 동일 물질로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약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응증별 환자 수와 시장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시장가치를 극대화 하는 종합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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