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8일 만에 퇴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엔 정치적 수술대에 올랐다. 잇따른 탈당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당을 단합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며 포토라인에 섰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김모씨(67)에게 흉기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긴급 치료를 받다가 경정맥 손상 의심, 대량 출혈, 추가 출혈 등이 우려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회복 치료를 받았다.
그는 이날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살려주신 목숨이라 앞으로 남은 생도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서만 살겠다”며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입원 과정에서 지난해 24일간의 단식 과정과 달리 당내 갖가지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당초 이 대표는 이달 중순 퇴원할 예정이었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내 복귀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조기 퇴원’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 분열 조짐과 공천 논란 등 난제가 산적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원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총선을 약 90일 앞둔 만큼, 당내 분열을 막고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 선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오는 11일 탈당 선언을 예고한 상태다.
이 대표의 퇴진과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던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원칙과상식 4인방 중 윤영찬 의원은 잔류를 택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며 탈당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이재명 대표 방패막이만 앞장서는, 맹종에 앞장서는 이재명 대표와 그 공범자들, 일부 의원들은 반성해야 하지 않겠나”며 지역구 대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밀실 공천 의혹도 제기됐다. 이 대표가 민주당 소속 한 지역 정치인의 여성 비서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징계를 놓고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논란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헬기 이송 특혜 논란도 불씨로 남아있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응급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상경 치료’를 받은 것을 두고 의료계는 ‘지역 홀대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가 그간 지역의사제, 지방 공공의대 설립 등을 중점 법안으로 추진해온 만큼, “모순적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잘하는 병원’ 발언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
이 대표가 정치 현안 메시지를 가급적 자제한 만큼 복귀 시점, 향후 메시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 대표는 당분간 재택치료를 통해 회복에 전념한다는 계획이지만,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기 위해 ‘재택 당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 퇴원 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당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당무 복귀 시점은 자가치료 경과와 의료진의 의견을 종합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을 두고 “(이 대표가)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병원에서) 나와서 통합을 강조하는 말씀을 했으니 어느 정도 (입장이) 포함돼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