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 눈물짓는 ‘1형당뇨’…“중증난치질환 지정돼야”

고통 속 눈물짓는 ‘1형당뇨’…“중증난치질환 지정돼야”

오해·편견 부르는 ‘소아당뇨’ 명칭…“췌도부전증으로 변경 필요”
“회복 불가한 중증 1형당뇨, 췌장 장애로 인정해야”
환자·가족 맞춤형 지원 제공하는 美…“국가책임제 필요”

기사승인 2024-01-15 17:12:41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형당뇨 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나 나쁜 음식을 먹고 막 살았으면 벌써 당뇨냐’ ‘인슐린을 맞으면 인생 끝난 것 아니냐’. 어린 나이에 1형당뇨병을 진단받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비수로 날아와 가슴에 꽂혔던 말들이다.

오해와 편견으로 병을 알릴 수 없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다. ‘1형당뇨병’ 얘기다. 최근 충남 태안군에서 1형당뇨를 앓는 8세 딸과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 알려지면서 1형당뇨 환자들과 가족, 의료계가 의료비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15일 세종시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태안 1형당뇨 비극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정부에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9일 충남 태안의 한 주택가에서 40대 남성 A씨와 그의 아내, 딸이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선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함께 딸이 소아당뇨를 앓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단 유서가 발견됐다.

소아당뇨로 알려진 1형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몸에서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췌도부전당뇨병이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라 불리는 2형당뇨는 먹는 약으로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1형당뇨는 생존을 위해 평생 인슐린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적절한 인슐린 양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 하루 4~5번 이상 혈당 측정과 인슐린 투여를 해야 하고, 소모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매달 30만원가량의 비용을 들인다. 소아 환자는 스스로 관리가 어려워 가족 부담이 더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1형당뇨 환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만6248명으로, 이 중 19세 미만 환자는 3013명에 달한다. 

평생 고통에 시달리는 1형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은 소아당뇨 명칭 변경을 바란다. 환우회는 “소아당뇨라는 병명은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을 혼용한,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병명인 데다 많은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병명”이라며 “보건복지부나 교육부의 공식 문서나 보도자료에도 소아당뇨라는 잘못된 병명이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소아당뇨라는 병명으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형당뇨병의 중증도와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췌도부전증’으로 병명을 변경해 달라고 제안했다.

1형당뇨병 중증 난치질환 지정과 연령 구분 없는 의료비 지원도 간절하다. 환우회는 “1형당뇨는 평생 지속적인 혈당 관리를 해야 합병증 없이 생존할 수 있고, 일상생활과 직업선택에 상당한 제약이 있어 장애인의 법적 정의에 부합된다”며 췌장 기능 회복이 불가한 중증 1형당뇨병을 췌장 장애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1형당뇨를 중증 난치질환으로 지정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 교육팀으로부터 인슐린 주사·관리기기 사용법, 영양, 심리 상담, 운동 교육 등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1형당뇨 유병 인구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성인 1형당뇨 환자의 의료비도 소아청소년 1형당뇨 환자의 의료비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요구했다. 

복지부는 태안 일가족 사망사건 직후, 인슐린 자동주입기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본인부담률 10%)하는 대책을 앞당겨 오는 2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단 성인 환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환우회는 “인슐린 자동주입기나 디지털펜은 고도의 위해성을 갖는 4등급 의료기기로, 병원에서의 제대로 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함으로 반드시 요양급여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형 소아 당뇨 환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장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동병협은 “미국 정부는 1형 소아 당뇨 환자와 가족들에게 환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환자들이 사회의 생산적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을 하고 있다”며 “미국 학교에선 아동에게 인슐린 주사와 혈당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긴급 상황 대비를 위한 행동 계획도 세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1형당뇨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18세까지 만이라도 장애인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하는 등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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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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