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없이 기후동행카드 출격…“서울에 교통비 내는데 제외” 수도권 불만

통합 없이 기후동행카드 출격…“서울에 교통비 내는데 제외” 수도권 불만

기사승인 2024-01-24 10:00:02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 시민을 위한 대중교통 통합정기권 ‘기후동행카드’가 판매 첫날 일부 역에서 완판됐다. 고물가 속 대중교통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만큼 수도권 교통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오는 5월까지 정부의 ‘K-패스’, 경기도의 ‘더 경기패스’, 인천시의 ‘I-패스’도 줄줄이 출격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 대중교통 이용 패턴에 따라 교통할인 체계가 달라 시민들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액·환급형…정부·지자체 할인 교통카드 4종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정액형 교통권 ‘기후동행카드’가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실, 역사 인근 편의점, 모바일앱 등에서 첫 판매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부터 기후동행카드를 묻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금천구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역무원 A씨는 쿠키뉴스에 “오전에만 40여장을 판매했다”며 “문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1·7호선 라인 중 가산디지털단지역보다 더 많이 판매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사당역 등은 이날 오전 금일 판매분을 완판했다고 한다.

기후동행카드 판매는 이날부터 시작됐지만, 혜택은 오는 27일 첫 차부터 적용된다. 6만5000원짜리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면 한 달간 서울시 내 전철, 서울시 면허 버스, 따릉이(공유자전거), 리버버스 등을 금액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따릉이를 제외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6만2000원짜리 기후동행카드도 있다. 서울 외 지역 지하철,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와 신분당선은 못 탄다.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로 이동이 잦은 시민이라면 오는 5월 출시될 예정인 K-패스나 더 경기패스, I-패스의 활용도가 더 높을 수 있다. K-패스는 국토교통부의 전국 통합형 환승할인카드로, 현재 시행 중인 알뜰교통카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경우, 일정 비율(일반인 20%, 청년층 30%, 저소득층 53%)을 최대 60회까지 돌려받는 제도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비롯해, 신분당선, 광역버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전국 대중교통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경기도는 더 경기패스를, 인천시는 I-패스도 5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 경기패스와 I-패스는 K-패스의 확장판으로 청년층 연령을 확대(만 34세→39세)하고, K-패스의 월 적립 상한인 60회를 초과하는 대중교통 이용도 무제한으로 취급한다. 3가지 패스는 모두 전국의 전철, 시내·마을·광역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만 4개 카드가 나오는 셈이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있는 ‘기후동행카드’ 안내문. 사진=임지혜 기자

기후동행카드 판매 첫날 일부서 매진 ‘인기’…서울 통근 수도권 시민 “왜 서울만”

정부와 지자체의 4개 카드 중 23일 첫 테이프를 끊은 기후동행카드는 이날 오전에만 2만6000장이 팔렸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모든 서울시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월평균 대중교통비가 8만원인 일반인(따릉이 사용 기준)의 경우 K-패스(6만4000원)와 기후통행카드(6만5000원)의 요금절약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 일반인은 일과 시간 중이나 주말에도 대중교통 이용이 잦아 교통비가 8만원을 넘길수록 기후동행카드가 유리하다.

서울 강서구에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로 통근한다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1일 3000원을 대중교통비로 사용하는데 한 달로 치면 6만원이 채 되지 않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주말에 서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도 매력 있게 느껴지는 할인 금액은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외 경기, 인천 지역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통근, 통학하는 직장인, 학생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현재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에 거주하고 이동반경이 서울을 벗어나지 않는 이용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는 직장인의 경우 서울역(서울)에서 수원역(경기)으로 이동 시 하차역에서 별도의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서울 내에서는 기후동행카드를, 그 외 지역에선 3가지 패스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혼란스럽고 번거롭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안내소. 사진=유채리 기자

가산디지털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40·경기도 안양)씨는 “서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지만 기후동행카드는 경기도민에겐 쓸모가 없다”라며 “알뜰교통카드를 쓰면 되지만 만들기도 번거롭고 이용 시마다 출발지와 도착지에서 버튼을 클릭해야 해 귀찮아서 안 쓴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양재동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신모(39)씨는 “교통비로 월 8만원 넘게 쓰는데 6만원 혜택이 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도 알뜰교통카드란 게 있지만 (대중교통 할인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 할인을 받는 편이 더 낫다”고 했다.

소외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컸다.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학원을 다니는 임모(30)씨도 “교통비가 많이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 장거리 이동을 하는 사람들 아닌가”라며 “서울 이외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데,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를 서울에만 국한해서 나왔는지 이해가 안된다. 경기도나 인천처럼 K-패스와 연동되게 만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인천 영종도에서 서울 강서구로 출퇴근하는 임모씨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혼란스럽다”며 “카드마다 서비스 범위도 다르고, 출시 시기도 달라서 일단 지켜보려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에서 매일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125만명 정도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매일 통근·통학하는 인구도 52만명에 달한다. 인천에서 서울로 매일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16만명,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하는 인구는 6만여명으로 적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은 동일생활권으로 인식하는 시민이 대다수인 만큼 수도권 교통카드 시스템을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공교통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단체는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동행카드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K-패스와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는 등 서울시 혼자 마이웨이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며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는 서울시 정책 시행은 요금은 모두내지만 혜택은 서울시민만 보는 차별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는 정부, 지자체간 합의에 따라 이용 지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지원 국토교통부·수도권 지자체 합동 기자설명회에서 “2024년은 기후동행카드 출시를 신호탄으로 대한민국 대중교통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국토부, 경기도, 인천시와 협력해 추가적인 혜택을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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