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리였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 중동 강호 사우디를 승부차기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혈투를 벌였음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후반 서로 한 골씩 주고받아 1-1 상태로 연장전에 돌입한 양 팀은 득점 없이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리게 됐고, 사우디의 세 번째와 네 번째 키커의 킥을 연달아 막아낸 조현우(울산)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한국은 4-2 승리를 쟁취했다.
조별리그에서 졸전을 거듭하면서 1승 2무, 조 2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16강에 오른 클린스만호는 중동 강호 사우디를 상대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국 사령탑 부임 이후 처음으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원톱으로 세우는 변화를 통해 사우디를 공략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사우디 하지 라디프에게 선제골(46분)을 허용하면서 0-1로 끌려갔다. 그러나 패색이 짙던 후반 99분, 추가시간 10분 중 단 1분 만을 남겨 놓고 있던 시점에 조규성이 동점골(후반 추가시간 9분)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연장전을 득점 없이 마무리 한 대한민국과 사우디는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한국은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손흥민부터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킨 반면, 사우디는 세 번째 키커와 네 번째 키커의 슛을 조현우가 신들린 선방으로 연이어 막아내며 4-2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번 대회 참가국 감독 중 가장 높은 연봉을 자랑했던 사우디 사령탑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사우디 네 번째 키커의 슛이 조현우의 선방에 막히자, 한국 마지막 키커 황희찬이 공을 차기도 전에 경기장을 나서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국 중계진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요. GG인가요?”라며 의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만치니 감독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종종 보였고, 경고를 받기도 했다.
사우디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친 대한민국은 오는 2월 3일 0시30분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호주와 8강에서 격돌한다. 호주는 지난 28일 16강전에서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은 이날 승리로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부터 8회 연속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