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주일에 두 세 차례 재판정을 드나들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당대표가 ‘재판 리스크’에 빠지면서, 민주당 총선 위기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사건 재판에 출석했다.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이날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및 배임 혐의 13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일당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위례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해 시공사 등과 2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 그룹 등에 토지 용도변경 등 특혜를 주고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후원금 총 133억 원을 내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 재판의 첫 증인으로 채택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날까지 7차례 증인으로 출석하며 이 대표와 수차례 충돌했다. 유씨는 이날 자신을 직접 신문하는 이 대표에게 “이재명은 수법을 잘 아는 만큼 (수사를) 피해가는 방법도 안다. 정진상을 시키고 본인은 뒤에 숨어 있었다”라고 주장하며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26일에도 대장동 재판으로 법원에 나왔다. 이밖에도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피습 이후 법원에 출석한 횟수는 다섯 차례에 달한다.
지난 19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답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22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첫 공판을 위해 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라며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기소했다. 이 대표로부터 허위 증언을 부탁받고 법정에서 실제 위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 측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총선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당 대표가 개인적인 사법 리스크로 해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원만한 당무활동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촉각을 다퉈야 하는 상황인데 개인적인 문제로 재판에 저렇게 출석을 많이 하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 수치도 위기론을 뒷받침한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이면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 43%가 ‘민주당 후보’, 39%가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다. 민주당이 다소 앞서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민의힘은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해 선호도가 6%p나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한 달 새 1%p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계파간 공천 경쟁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시선도 있다. 친명과 비명 갈등에 더해 친명·친문 논란까지 불거지면서다. 당내 분열이 가속화돼 추가 탈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부진한 당내 혁신과 공천 잡음이 맞물리면서 지지층마저 흔들리는 조짐이다.
선거제를 둘러싼 ‘눈치싸움’도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유지와 권역별 병립형, 위성정당이나 다름없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등을 놓고 갈팡질팡하면서다. 이같은 상황에 당초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표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스캔들 의혹이 불거졌던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침묵을 깨고 재등판했다. 김씨는 지난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일화도 폭로했다. 김씨는 “이재명이 내 집에 와서 술 마시고 대리기사 부를 때, 내가 ‘돈 아깝게 왜 대리기사를 부르냐’고 묻자, 이재명이 ‘음주운전 두 번 걸려서 세 번 걸리면 삼진아웃’이라고 했었다”고 했다.
그간 김씨는 이 대표가 결혼 사실을 숨기고 자신을 속이며 교제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대선 기간 때도 “이재명 후보가 나를 허언증 환자로 만들었다”고 직격한 바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5.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