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중대재해처벌법 ‘재협상’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재협상 시점이 지났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산업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여당은 전날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2년 뒤 개청하는 조건으로 중대재해법 2년 유예 협상안을 제의했다. ‘산업안전보건청’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으로 변경하고, 단속·조사 업무를 줄이는 대신 예방·지원업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관의 역할을 조정하는 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같은날 의원총회에서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SBS 라디오에서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협상안 거절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협상안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산안청 설치 내용 자체가 관리감독이나 조사 부분 같은 핵심 내용을 제외한 안이었다”며 “산안청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하려 한다는 우려가 당 내부에서 있었다”고 밝혔다.
여야 협상에 실패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전면 적용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재협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다른 협상안을 제시해 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제 국회 본회의가 끝나고 말했지만 민생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재협상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선거제 논의 등 총선을 앞두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재협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윤 원내대표와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쉽지는 않아보인다”며 “이미 시행된 법안을 유예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시각이 있다. 시기를 놓친 게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쿠키뉴스에 “어제 의원총회에서 밝힌 입장과 변함이 없다”며 “당 내부 분위기로 미루어봤을 때 재협상은 어려워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수경 대변인은 지난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과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며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즉각 강구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