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기’ 판결에도…전기이륜차 보조금 환수도 안 한 지자체

[단독] ‘사기’ 판결에도…전기이륜차 보조금 환수도 안 한 지자체

전기이륜차 보조금 부정 수급…“관리·감독 의무 방기”
대기환경보전법 상 부정 수급 발견 즉시 환수해야
이륜차 전문가 “관리 안 되는 퍼주기식 보조금 폐지”

기사승인 2024-02-08 06:05:02
연합뉴스 

서울시와 제주도가 전기이륜차 보조금이 부정 지급된 사실을 알고도 환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 지급된 금액만 약 8억원에 달해 ‘퍼주기식 보조금 사업’,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9년 9월~12월 사이 서울에서는 전기이륜차 60대에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 1억8540만원이 지급됐고, 제주도에서는 185대에 5억7165만원이 지급됐다. 

전기이륜차의 판매사와 렌탈사 등이 타인의 명의만 빌려 허위 구매 서류나 렌탈사업 의향서 등을 지자체에 제출해 8억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미흡한 검증 및 관리 감독으로 세금이 허투루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시와 제주도는 지난해 관련자들의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지방재정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한 법원 유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도, 아직까지 부정 지급된 보조금의  환수 조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제대로 사실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58조(저공해자동차의 운행 등)에 따르면 지자체는 전기이륜차 구매자 또는 구매자 보조금 신청을 대행하는 제작·수입사 등이 보조금을 부정 수급(구매자명의도용, 교부목적외용도사용등)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발견되는 즉시 환경부에 문서로 통보하고, 부정수급이 확인된 시점에 보조금(국비+지방비+이자)을 즉시 환수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와 제주도는 지난해 법원의 보조금 환수 조치 명령 이후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고 환경부에 통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지자체 모두 취재가 시작되자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 담당자들이 해당 사실은 인지했지만, 환수 조치를 즉시 시행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그는 “법원 사이트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며 “판결문을 받아 부정수급 법률 위반 건에 해당하는 것을 확인하는 대로 환경부에 통보하고, 보조금 환수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취재 초반에 관련 건에 대한 내용을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취재가 계속되자 “조사를 해보니 항소를 거쳐 지난 1월26일 판결 나 행정조치를 취하기에 촉박했다”고 말을 바꿨다. 얼마 전 판결한 건에 대한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행정조치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수인계 과정에서 관련 사건은 소송 단계에 있다고 전해 들었다. 판결문을 통보 받으면 행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취재를 통해 인지했으니 더 알아보고 관련 내용을 통보받으면 환경부에도 통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륜차 전문가는 관리 감독에 구멍이 난 퍼주기식 보조금 사업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수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협회장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보조금 사업을 전반적으로 없애야 한다”며 “보조금을 쉽게 지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부정 수급된 세금이 즉시 환수되지 않아 비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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