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은 지난 7일 성상 조각가 최영철(바오로‧70)씨를 신안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신안군은 최씨가 자신이 파리 명문 대학 명예교수로 근무했다는 허위 경력에 속아 최씨의 작품을 구입해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신안군은 최씨가 교수로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1992년부터 청송보호감호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씨의 조각상을 구매한 경북 청도군도 법적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안군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를 ‘평화의 섬, 천사의 섬’으로 꾸미고 싶다는 최 씨의 제안을 받았고, 하의도 전체(34.63㎢)를 배경삼아 318점의 천사조각상과 3점의 기념 조형물을 설치해 2019년 6월 28일 ‘울타리 없는 미술관’을 개관했다.
최씨의 작품 구입비 19억 원과 설치비 등 부대비용까지 총 21억 원이 소요됐다.
신안군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설치된 천사상 318점은 파리 아트저널에서 1999년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예술인’에 선정된 대표작가 최씨 등이 만든 작품으로 하의도의 푸른빛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개관식에서는 박우량 신안군수가 최씨에게 명예군민증을 전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신안군은 또 병풍도에서 노두길(바다에 돌멩이를 놓아 걸어가는 길)로 연결된 기점‧소악도에 한국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여성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의 발자취를 따라 ‘작은 예배당’ 12개를 설치했다.
그리고 2020년 5월, 예수 12제자 천사조각상을 순례자들이 지나는 선착장과 병풍도가 한눈에 보이는 맨드라미 공원, 작은 예배당으로 향하는 노두길 입구 등에 설치했다.
역시 조각상은 최씨가 제작했고 조각상 구입비와 설치비 등 1억3200만 원을 들였다.
최씨는 하의도 조각상 설치 제안 당시 자신의 이력으로 1953년 5월 서울에서 태어나 1959년 이탈리아 미술가 카를로 카라에게 입양된 뒤 파리 공방에서 조각수업을 받았고, 1972년에는 프랑스에 있는 유명 고등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Beaux-Arts)를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또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파리 7대학(University Paris Diderot) 교수, 1992년부터는 파리 7대학(University Paris Diderot) 명예교수로 재직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1994년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에 참여했으며, 2008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출품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최씨로부터 작품을 구입한 경북의 한 지자체가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최씨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 참여 작가 이름이 확인되지 않았고, 광주비엔날레 출품 역시 사실과 달랐다.
심지어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다는 1992년부터는 청송보호감호소에 수감 중이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최 씨는 수감 중이던 1995년 6월 ‘고입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으로 수석 합격한 전과 6범의 40대 혼혈 재소자’로 KBS 9시 뉴스에 소개된 영상 자료가 확인됐다.
신안군 관계자는 당시 최 씨의 이력에 대해 그동안 각종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검증했다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취지까지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난감하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최 씨는 신안군에 자신의 이력을 속인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으나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활동에 대해서는 믿어달라고 호소한 뒤 최근에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신안군은 경찰 수사 결과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설치 조형물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