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공천 물갈이’를 공식화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쇄신 기준’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 안의 과거를 극복해 가겠다”며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라고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쐈다. 그는 전날 밤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 낸다” 등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당내 ‘올드보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인재근 의원을 직접 만나 불출마를 권유하고, 문학진 전 의원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용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가 올드보이 ‘교통 정리’에 직접 나서자 당내에서는 올드보이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모호한 쇄신 기준으로 인해 ‘이중 잣대’ 비판과 ‘찐명 몰아주기’라는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대표에게 직접 용퇴 권고를 받은 문 전 의원은 자신이 공천을 신청한 경기 광주을에 친명계 인사를 공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나이(만 69세) 등을 들어 불출마를 종용했다”며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만남 이후 불출마를 선언한 인 의원 또한 “당 상황이 통합 공천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며 “친명, 친문 가리지 말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후보,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는 ‘전략공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추 전 장관은 올드보이 아니냐”며 “같은 문재인 정부 인사다. 두 분을 놓고 각각 다른 잣대로 전략공천 운운해버리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병기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는 3차 심사 결과 발표 직후 “아무래도 논란의 소지가 없는 그런 지역들부터 발표하고 있다”고 전한 만큼 차수가 거듭될수록 공천 논란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심사 결과는 다음 주 초쯤 발표될 예정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