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지역균형발전 ‘말의 성찬’ 그쳐선 안 된다

[편집자시선]지역균형발전 ‘말의 성찬’ 그쳐선 안 된다

전북 인구 12년째 줄고 경제지표는 전국 최하위권
낙후 원인 정밀 분석하고 정책 마련해야 특자도 경제효과 기대

기사승인 2024-02-19 10:32:29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정부는 설 연휴 직후 부산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11번째 행사를 열고 국민이 진정한 지방시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일자리, 인재, 생활 환경을 연계한 ‘지방시대 3대 민생 패키지’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경쟁이 심각한 저출산 원인이 되고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으로 지방시대를 열어 합계출산율 1.0명을 회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우선적인 국정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부산은 싱가포르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발전할 수 있다”며 가덕도신공항을 2029년 12월까지 개항하고, 물류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축구장 180개 규모의 물류 지원시설부지 126만㎡도 함께 조성하며 답보 상태인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등 큰 선물을 안겼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14일 부산에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포하고 11월 대전에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했으며, 전북에는 지난 1월 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북의 경제지표는 전국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지역 실물경제는 갈수록 취약해져 제조업 생산은 감소하고 수출도 크게 줄었다. 기업경기와 전망도 모두 비관적이다. 한국은행 1월 조사에 따르면 전북지역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7로 전국에 비해 낮았고 비조제업 업황 BSI는 59에 불과했다.

세계가 경기 침체 상황에 빠지면서 수출입도 어려워져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14.0% 감소한 70억 6519만 달러, 수입은 15.4% 감소한 54억 9519만 달러로 나타났다. 최근 3년 중 가장 최저를 기록했다. 또 미국·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도 약세를 면치 못해 전주상공회의소 조사 2022년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전북에 본사를 둔 기업은 11개사이며 매출액도 전국 대비 1.1%에 불과했다. 1000대 기업은 74.2%에 해당하는 742개사가 수도권에 집중돼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는 크게 동떨어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인들은 올해도 기업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부진에 인건비와 원자재값이 상승해 기업 경영에 경고등이 켜졌고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돼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할 수밖에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전북의 직장인 평균 급여도 전국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시·도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전북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3585만 원으로 제주(3569만 원), 강원(3576만 원), 대구(3580만 원) 다음으로 낮았다. 또 최근 3년간 시·도별 근로자 1인당 평균 총급여액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북은 248만 원에 그쳐 전국 평균 증가 폭 385만 원에 크게 못 미쳤다.

전북은 산업생산에 영향을 주는 인구도 매년 감소하고 고령화 속도도 가속하고 있다. 전북 인구는 175만 4757명으로 1년 새 1만 4850명이 줄어 지방소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북 인구는 1966년 252만 3708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오다 2012년부터 단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져 지난해 말 평균 연령은 47.4세로 2018년 44.3세, 2020년 45.6세, 2021년 46.2세, 2022년 46.8세 등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다. 남자의 평균 연령은 45.8세, 여자는 48.9세로 고령인구 비율은 5년 전 20%도 채 되지 않았지만 5년 새 5% 가까이 오르면서 24.1%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새만금 개발도 어그러져 있고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올 예산에서 새만금 예산이 크게 삭감된 것에 이어 다른 항목의 예산들도 줄줄이 줄어 지자체들이 아우성이다. 

하지만 작은 기대는 살아 있다. 전북연구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경제적 기대효과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전북특별자치도는 산업기반 특례 실현을 전제로 오는 2040년이면 실질 GRDP 81조 2746억원, 해외인구와 기업이주 인구 유입 18만 1231명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례 적용으로 2040년까지 1,531개 기업이 추가로 유치되면 기업당 평균 투자 금액을 고려해 53조 7030억원의 투자유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며 이를 토대로 기업투자 1억원당 0.2245명의 고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총 1만 2567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전북연구원의 분석이다. 

기업이 유치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도 늘어나게 된다. 지속적인 감소세가 반전할 수 있는 변곡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특별자치도의 특례를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된다면 낙후 전북을 탈피하는 길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이 체감하는 성공적인 지방시대를 열려면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주어진 여건을 적절히 활용해 지역 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지역에 와서 지원을 약속하고 부처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치는 등 정책의 엇박자가 난다면 지역 발전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라도 지역의 낙후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법을 내놔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공약을 남발하는 ‘말의 성찬’으로는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지역 소멸도 막을 수 없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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