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은 ‘정권안정론’과 엇비슷한 호응을 보이며 갈수록 흐릿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운동권 청산’ 프레임의 성공과 민주당 ‘내부 분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투표하겠다’ 45.2%, ‘정권 안정을 위해 여당에 투표하겠다’ 44.5%로 여론이 팽팽했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정권심판 26.4% vs 정권안정 67.1%), 대구·경북(22.3% vs 61.7%), 부산·울산·경남(38.4% vs 50.9%) 순으로 정권안정론 선호도가 우세했다. 정권심판론의 경우 호남권(65.8% vs 15.7%), 서울(49.3% vs 40.7%), 인천·경기(49.1% vs 42.7%) 순이었다. 유일하게 충청권(44.9% vs 49.4%)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여야 총선 프레임 선호도는 대통령지지 선호도와 정비례하게 나타났다. ‘잘함’의 경우 정권안정론 88.3%(vs 4.5%), ‘잘못함’의 경우 정권심판론 77.8%(vs 10.9%)였다.
정치성향별로는 보수층은 정권안정론(67.5% vs 정권심판 25.8%)을, 진보층은 정권심판론(67.0% vs 정권안정 27.1%)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도층의 경우 정권심판론(54.3% vs정권안정 35.1%)이 우세했다.
지난해 5월 조사에서는 정권심판론에 무게추가 쏠려있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정권심판론이 우세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있었으나 서로 엇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5월 쿠키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6~8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차기 총선 투표할 정당’에 대해 질의한 결과, 응답자 47.3%가 야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정권 안정을 위해 여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8.7%로 8.6%p 낮았다.
정권심판론이 정권심판론에 따라잡힌 이유로는 국민의힘 ‘운동권 청산’ 프레임의 성공과 민주당의 ‘내홍’이 꼽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주로 ‘김건희 리스크’로 정권심판론을 꺼내들었다”며 “최근 ‘쌍특검’ 얘기가 잦아들면서 동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민주당 ‘공천 잡음’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프레임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론만 가지고서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특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며 ‘운동권 청산’ 프레임을 새롭게 만든 것도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중도층의 과반 이상은 ‘정권심판론’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에 대해서 “총선이 다가오면 어느 한 쪽으로 기울 것이다. 유동적이기 때문에 중도층인”이라며 “어느 당의 프레임이 더 호소력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10.3%), 무선 ARS(89.7%)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3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