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로 경로 이탈? ‘파묘’ 감독의 의도는 이랬다

판타지로 경로 이탈? ‘파묘’ 감독의 의도는 이랬다

기사승인 2024-02-26 17:33:15
영화 ‘파묘’ 포스터. 쇼박스

(기사에 작품의 주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나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인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4장 도입에 나오는 명랑한 안내 음성이다. 그 말대로 ‘파묘’는 4장부터 완전히 다른 경로로의 질주를 시작한다. 1~3장이 한국 귀신을 테마로 한 미스터리 장르라면 4~6장은 일본 원귀를 내세운 판타지물에 가깝다.

관객들은 이 같은 ‘경로 이탈’을 두고 호불호를 드러내고 있다. ‘항일 오컬트’라는 점에서 긍정적을 반응을 보이지만 일부 오컬트 팬 사이에서는 전반부와 다른 분위기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파묘’ 스틸컷. 쇼박스

26일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에게 직접 들어본 이야기는 이랬다. 장 감독은 초반부 색채를 유지하는 안전주의보다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주목한 건 쇠말뚝이다. 기실 쇠말뚝설은 가설에 불가하다. 일본이 조선의 주권을 찬탈했던 당시 조선의 기를 꺾고자 국토의 주요 지점들에 쇠침을 박았다는 설이다. 국내 풍수지리학계에서도 이를 믿는 쪽과 안 믿는 쪽으로 나뉜다.

장 감독은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지라도 이 같은 가설을 살리고 싶어 판타지를 가미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시나리오에 ‘험한 것’을 추가했다.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 쇠말뚝을 상징화한 결과다. 이음새를 단단히 하기 위해 머리가 달린 뱀부터 도깨비불까지 단계적으로 판타지 요소를 덧댔다. 장 감독은 쿠키뉴스에 “쇠말뚝을 뽑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우리나라가 가진 트라우마를 험한 것으로 빗대어 이를 없애려는 주인공의 노력을 판타지로 풀어본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 장르에 머물러있지 않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감독은 “음흉한 공포영화보다는 보다 더 역동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짚었다. 쇠말뚝에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배제하고 싶은 마음에 판타지 요소를 더욱더 살렸다는 설명이다. 풍수적인 배경은 덤이다. 장 감독에 따르면 풍수학에서 일본은 칼, 우리나라는 나무로 비유된다. 꺾일지언정 부러지진 않고, 베이더라도 뿌리만 있으면 자생할 수 있어서다. 장 감독은 “풍수지리와 극적 요소를 엮어 풀고자 한 시도”라면서 “재미있게 봐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염원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서도 장르 확장을 꾀한다. 감독은 “완전히 다른 것을 시도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잘하는 것에 한 다리 걸쳐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 쇼박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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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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