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천연가스값 수십 년 새 최저…가계·기업 희비 나뉘어

美 천연가스값 수십 년 새 최저…가계·기업 희비 나뉘어

따뜻한 겨울 날씨, 공급 증가로 가격 뚝 떨어져
천연가스 선물, 1990년 거래 시작 이후 최저가
부담 느낀 주요 가스 생산업체, 공급 감소로 대응

기사승인 2024-02-26 17:55:36
미국 텍사스주 시추 현장. EPA 연합뉴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따뜻한 겨울 날씨와 자체 생산량 증가 등을 이유로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반응이 엇갈렸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천연가스 선물이 1990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근 최저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주 100만BTU(열량단위)당 1.603달러로 마감됐다. 1년 전 대비 35% 하락했다. 지난 20일에는 1.576달러에 마감하면서 인플레이션 조정 가격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노동부 조사로도 지난 1월 미국인들의 가스비 부담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감소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일반 소비자는 물론 철강·콘크리트·제지·비료 등 천연가스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체에는 희소식이지만 가스 생산업체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체들은 시추 계획을 연기하거나 수출 확대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미국 최대 가스 생산업체 중 하나인 체서피크 에너지(Chesapeake Energy)사는 올해 지출을 이전 계획보다 20% 줄이고 생산량도 지난해 대비 약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CEO인 닉 델로소는 “현재 시장은 분명히 공급 과잉”이라며 수요에 따라 공급을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닉 델로소 CEO는 이어 올해 남은 기간 유정을 뚫겠지만 완성하지는 않을 것이며, 가격이 오를 때까지 가스를 땅속에 남겨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인 EQT와 콤스톡 리소시스 역시 시추 계획 축소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지출 삭감 노력이 실제 생산량 감소에 반영되기까지는 몇 달이라는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의 일일 생산량은 지난해 12월 1060억 입방피트에서 이달에 약 1040억 입방피트로 감소했지만, 이는 여전히 지난해 2월보단 3.3% 더 많은 수준이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따라 수요는 비정상적으로 적었다. 미국 중서부지역기후센터(MRCC)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등 대규모 난방 시장의 경우 1950년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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