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멸망 혼란한 모습 고스란히" 부여 관북리유적서 칠피갑옷 출토

"백제 멸망 혼란한 모습 고스란히" 부여 관북리유적서 칠피갑옷 출토

옷칠 미늘갑옷, 말뼈, 등자 등 발굴

기사승인 2024-02-28 09:15:45
충남 부여 관북리유적에서 백제 유물로 추정되는 갑옷이 출토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관북리유적 백제 사비기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 유물 폐기층과 수혈유구에서 칠피갑옷을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충남 부여 관북리유적에서 출토된 수혈 칠피갑옷. 문화재청

관북리유적은 백제 대형 전각건물지와 연못지 등 왕궁 관련 중요 유구가 확인된 곳으로, 지난 21일부터 16차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조사에서는 백제 사비기 건물지 세 개 동이 남북방향으로 길게 확인됨에 따라 궁이나 사찰에서 주로 나타나는 중심건물 주변을 둘러싸도록 길게 만든 장랑식 건물 등 위치와 규모를 고려할 때 왕궁 내 조당 공간의 일부로 추정된다.

충남 부여 관북리유적 발굴 조사지역. 문화재청

칠피갑옷은 옻칠된 가죽을 연결해 만든 것으로, 발굴팀은 최초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단정할 수 없었으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겹겹이 쌓인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 미늘과, 각각의 미늘을 연결했던 원형 구멍을 확인, 이후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옻을 칠한 갑옷임을 확인했다.

출토된 칠피갑옷 6점 중 2호 수혈유구에서 확인된 갑옷은 잔존상태가 양호하다. 

전체 크기는 잔존 폭 18.2㎝, 잔존 너비 49.2㎝이고, 개별 미늘 길이는 7.5~7.8㎝, 너비 4.2~4.4㎝, 미늘을 연결하기 위한 원형 구멍은 0.2~0.3㎝이다.

또 2호 수혈유구 주변 기와 폐기층에서는 안장 부속품 중 등자가 출토됐고, 3호 수혈유구에서는 말 아래턱 뼈로 추정되는 동물유체도 나왔다.

충남 부여 관북리유적에서 출토된 등자. 문화재청

이런 주변 출토유물 상황과 갑옷 형태를 고려할 때 2호 수혈유구에서 출토된 갑옷은 말갑옷으로 추정된다.

백제시대 문화층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사례는 2011년 공주 공산성 발굴 이래 두 번째다. 

또 관북리유적과 공산성 칠피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다량의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이 함께 출토된 것으로 볼 때 백제 멸망 당시 혼란한 상황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수습한 칠피갑옷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보존처리와 함께 백제 사비왕궁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수행할 계획이다.

정부대전청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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